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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수로보니게 여인 2009. 8. 19. 19:00

 

 

[만물상] 전직 대통령

박두식 논설위원 dspark@chosun.com

입력 : 2009.08.18 23:00

 

 

1990년대 이후 미국 정치를 대표하는 가문으로 등장한 부시 집안과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앙숙 같은 사이다. 양측이 처음 충돌한 것은 1992년 대선이다. 그해 아버지 부시가 재선에 도전했지만 무명이나 다름없던 클린턴에게 패했다. 당시 부시는 클린턴을 "촌놈"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사람"이라고 비난했고, 클린턴은 "부시는 사라져야 할 사람"이라고 맞받았다.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이 미국인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화해한 것은 지난 2005년 2월이다. 같은 전직(前職) 대통령 신분으로 동남아 지진해일(쓰나미) 피해 지역을 함께 방문하고, 공동 모금행사를 가졌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아들 부시가 두 사람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부탁한 결과다. 두 사람은 공동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나를 실업자로 만들었다"(부시), "(나보다 22년 연상인) 부시 대통령과 달리기를 하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건강하다"(클린턴)는 조크를 주고받았다.

▶지난 1월 7일, 퇴임을 앞둔 아들 부시 대통령이 지미 카터, 아버지 부시,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 3명과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이들은 오바마에게 "우리는 공화당·민주당을 뛰어넘어 이 나라를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당신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다. 오바마는 "전직 대통령들의 조언과 충고를 듣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라고 화답했다.

▶미국 대통령 문화는 현직 못지않게 전직들이 꾸려간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되도록 정치 현안에 대한 발언을 삼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대신 사회봉사나 인도적 차원의 국제 활동 등에 집중한다. 최근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방북(訪北)했던 클린턴이 "나는 정책결정자가 아니다"며 말을 아끼는 것도 이런 관행에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7년 1월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거행된 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의 장례식을 보고 쓴 칼럼에서 "(이 장례식은) 미국의 상처를 보듬은 전직 대통령에게 정치적 동지와 적이 함께 경의를 표하는 장"이었다며 "이런 모습이 대를 이어 정치적 규범으로 정착된 나라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했다. 반면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은 퇴임 후 적지 않은 굴곡을 겪어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서거하면서 이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전직 대통령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