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단장(斷腸)의 능선' 931고지엔 프랑스 노병의 유골이 깃들어 있다. 나바르 일등병은 1951년 이 격전지에서 유탄에 맞아 귀국했다. 치료가 끝나자 1953년 다시 와 여러 고지 쟁탈전에서 활약했다. 그는 2004년 세상을 뜨며 "단장의 능선에 유골을 뿌려달라"고 했다. 춘천의 언론인 함광복씨가 30년 가까이 비무장지대 일대를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듣고 모은 얘기들이다. 그에게 6·25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역사다.
▶경기도 양평의 지평리 전투를 기리는 '지평리를 사랑하는 모임'이 그제 전투 현장에 미군 참전용사를 초청해 생생한 증언을 들었다. 미군과 프랑스군이 중공군을 막아 반격의 계기가 된 지평리 전투를 재평가해오면서 지난 2년 미국에 수소문해 찾은 생존자다. 프랑스군과 중공군 참전자도 초청할 것이라 한다. 모임 대표인 변호사 김성수씨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누군가는 기록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했다.
▶정작 국내엔 6·25를 손에 잡힐 듯 재구성한 저술이 드물다. 대부분 기록과 숫자에 의존하고 정치 이념과 국제 정세로 재단하려 든다. 6·25가 왜곡되고 잊혀진 전쟁이 돼버린 큰 이유다. 증언을 채록(採錄)하는 구술사(口述史)는 이제 중요한 역사 연구방법으로 인정받는다. 사람들은 강렬한 사건은 놀랍도록 오래 정확히 기억한다. 그러나 6·25를 증언해줄 사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6·25를 '살아 숨쉬는 역사'로 되살리려면 땀 냄새 밴 저술이 많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