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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자(男子)여 '나만의 작은 놀이' 찾아라

수로보니게 여인 2009. 6. 11. 22:44

 

 

중년남자(男子)여 '나만의 작은 놀이' 찾아라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6.10 02:55 / 수정 : 2009.06.10 08:55

삶의 무게에 웃음을 잃어버린 이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가 말하는 '행복 노하우'
정치 얘기·폭탄주는 그만… 직접 커피 갈아 마셔보고
파마도 한번 해보고 혼자 노천 카페도 가보고 일상의 작은 감동 얻자

결혼 12년째인 회사원 임영주(40)씨는 요즘 남편 때문에 속상하다. "죽지 못해 사는 사람 같아요. 직장에선 유능하다 인정받는데도 쉽게 짜증 내고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요. 활짝 웃는 모습을 본 게 언제인가 싶어요."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이를 "의무와 책임만 있고 사는 재미는 잃어버린 한국 중년 남자들의 중병"이라고 진단한다. "운전 중 살짝 끼어든 차에 욕설을 퍼붓는 등 작은 일에도 크게 분노하지요.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행복하지 않고요."

김 교수는 그 원인이 "자기 일상을 재미있게 꾸려가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펴낸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쌤앤파커스)는 한국 남자들이 이 중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처방전. "즐거워지고 싶어 슈베르트 스타일로 파마했다"는 김 교수에게 그 구체적인 노하우를 들었다.

정치 얘기는 그만, 당신은 '독수리 5형제'가 아니다

김 교수는 "한국 중년 남자를 불행하게 하는 첫째 이유는 '독수리 5형제'"라고 주장한다. "모였다 하면 정치 얘기, 재계에 떠도는 루머를 가지고 열변을 토하죠. 지구를 지켜야 하는 독수리 5형제처럼 나라를 위한 거대담론에 동참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정작 자기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잊어버립니다." 사회적 지위로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습관도 문제. 정년퇴직과 함께 사회적 직함을 상실하면 사형선고를 받은 듯 절망하는 것이 그 증거다. 여기서 헤어나는 첫째 방법은 소소하지만 재미난 '자기 이야기'를 만드는 것.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은 '일상의 즐거움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말했죠. 낚시·산·와인·만년필·캠핑 등 무궁무진하지 않습니까? 수다를 통해 일상을 스토리텔링 하는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더 잘 극복하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폭탄주', 그 집단적 자폐증에서 벗어나라

한국 사회에서 조직생활을 하는 데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럼에도 음주 횟수를 줄이는 것은 중병 치료에 절대 요건이다. '폭탄주'는 집단 자폐 증상을 악순환시키는 주범. "맨정신으론 멀뚱멀뚱해서 이야기하기 힘들다고요?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폐'라고 부릅니다." 술을 끊으라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마시라는 것. "술 먹는 시간을 줄이세요. 냉정하게 따져보면 굳이 만나서 술까지 마셔야 하는 모임은 별로 없습니다. 내 몸을 망가뜨리는 폭탄주 대신 나를 즐겁게 하는 목록을 지금 당장 적어 보세요."

일상의 재미는 아주 작은 행위에서 피어난다. 이를테면 커피 갈아 마시기, 문구점 순례하기, LP판 수집하기 등등. 심리학에서는 이를 '리추얼(ritual)', 즉 의식이라고 부른다. "국기에 대한 경례같이 거창한 의식이 아니고 작지만 뿌듯한 감동을 안겨주는 자기만의 리추얼이죠." 권력관계가 작용하지 않는 '취미 공동체'에 합류하는 것도 좋은 방법. "재미는 정서적 공유를 통해 전염병처럼 번집니다. 직함 적힌 명함은 내던지고 아이들처럼 놀이공동체를 만들어보세요. 한없이 처져 있던 당신의 입꼬리가 방긋 올라갑니다."

“아침형 인간요?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김정운 교수는 “21 세기 가장 불행한 사람은 근면성실 하기만 한 사람”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재미와 창의성은 심리학적으로 동의어”라고 말했다./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광장으로 나가라, '놀자 다이어리'를 짜라

김 교수는 또 "넓은 공간, 광장으로 나가라"고 권한다. 심리적 공간은 일상에서 실제로 경험하는 공간의 넓이만큼 커진다. 매일 책상에 앉아 가로세로 30㎝도 안 되는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샐러리맨의 운명이라면, 하다못해 퇴근 후 아이들 손잡고 동네 한 바퀴라도 돌아보라는 얘기다. "점심때에도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고 샌드위치 하나 들고 산책을 하세요. 노천카페에 혼자 앉아 다이어리를 써보는 겁니다. 일에 대한 계획이 아니라 이번 주말 알뜰하게 놀 계획을 짜는 거죠."

나도 한번 파마해볼까? 재미가 창의력!

자기만의 트레이드마크를 만드는 것도 아이디어. 김 교수는 "처칠이 위대한 이유는 정치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옷을 스스로 디자인해 입고 시가를 물어 자신을 독창적으로 연출할 줄 알았던 처칠은 일상이 즐거운 만큼 위대한 정치인이 될 수 있었죠." 김 교수는 가족의 도움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집에 남편의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거실에 TV를 없애고 아빠의 서재를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이죠. 또 한 달에 한두 번은 남편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도록 허락해주세요. 낮잠은 빼고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 명지대 김정운 교수. /정경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