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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말하는 그림… 그림은 소리 없는 시”

수로보니게 여인 2009. 5. 25. 11:13

 

[책, 함께 읽자] “시는 말하는 그림… 그림은 소리 없는 시”

문경새재 손철주씨 낭독회

"요즘 안부를 물으셨나요/ 달빛이 깁창에 깃들면 저의 한이 크답니다/ 꿈길을 걸어가도 만약 발자국이 남는다면/ 그대 문 앞 돌길이 반쯤 모래가 되었을 겁니다."

연극배우 김수진씨가 조선시대 여성시인 이옥봉(李玉峰)의 애절한 연시를 낭송했다. 23일
경북 문경새재의 전통주막에서 미술 칼럼니스트 손철주씨의 에세이집 《꽃피는 삶에 홀리다》(생각의나무) 낭독회가 열렸다.

"사랑을 동냥하는 짓은 옥봉과 거리가 멀다. 말로 하기가 구차하고, 앙다문 입에서 사랑의 수액이 샐지도 모른다. 다만 옥봉의 속울음이 화장으로 표현되고, 그 화장 반겨줄 이를 몸서리치게 그리워할 때 옥봉의 속절없는 기다림은 형벌과 같다…."

문경새재에 재현한 옛 주막에서 열린 손철주씨의 에세이집 낭독회에서 저자 손씨(오른쪽)가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생각의나무 제공

'사랑, 동냥, 옥봉, 앙다문, 화장, 형벌' 등 '이응' 받침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운율이 감칠맛 나는 손씨의 감성적 문장이 배우의 음성에 실려 공기 속으로 퍼져갔다. 손씨의 에세이집은 '구름 가고 구름 와도 산은 다투지 않는데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삶은 이운다'는 식으로 고아한 옛 시가(詩歌)의 문향(文香)을 담은 책이다. 조선 백자와 고서화에서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글과 그림이 조화를 이뤄 빚어낸 미학의 향취가 연극배우의 낭독을 통해 표정을 얻었다.

손철주씨는 서울에서 함께 버스를 타고 온 독자들 앞에서 "시는 말하는 그림이고, 그림은 소리 없는 시(畵中有詩 詩中有畵)라는 말이 제가 지향하는 글쓰기"라면서 "말에도 길이 있는데, 제 글은 아쉽게도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불과하다"며 몸을 낮추었다. 이날 사회를 본 박광성 생각의나무 대표는 "손철주의 문장에는 술맛, 손맛, 인생맛이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문경=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5.25 03:29 / 수정 : 2009.05.25 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