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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사투리의 복권

수로보니게 여인 2009. 5. 29. 13:21

[만물상] 사투리의 복권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입력 : 2009.05.28 23:05

이런 시를 들어보셨는지. '나 보는 기 매해서/ 들구번질 저는/ 입두 쩍 않구 신질루 보내드릴 기래요.' 이게 우리말 시인가 싶게 생소하지만 분명 우리말이다. 김소월의 '진달래 꽃' 중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를 강릉 지방 말로 '번역'한 것이다. 노천명의 '사슴' 중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는 '찌단 목고개가 내패서 가여운 또지여'가 된다.

▶강릉사투리보존회는 지난 4월 경포 호반에서 명시(名詩)들을 강릉사투리로 옮겨 쓴 이색 시화전을 열었다. 윤동주의 '서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비롯한 50여편이 강릉말로 갈아입자 전혀 다른 모습이 됐다. 억지스러운 흔적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나마 표준어의 획일성에 저항하려는 지방 문인들의 토속어 재발견 노력이 의미 있어 보였다.

▶전남 장흥이 고향인 시인 이대흠은 초등학교에 입학해 국어교과서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만났던 단어의 이질감을 잊지 못한다. '나, 너, 우리, 우리나라, 대한민국….' 그가 볼 때 이 단어들은 응당 '나, 니, 우덜, 우덜나라, 항국'이라고 써야 의미와 느낌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교과서는 나와는 전혀 무관한 세계로 이뤄진 관념 덩어리였다"고 했다(산문집 '이름만 이삐면 머한다요').

▶우리나라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을 표준어로 삼고 공문서와 학교 교과서에서 표준어를 쓰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1933년 조선어학회가 '표준어 규정'을 제정할 당시 서울 인구는 35만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1000만명이 넘지만 태반은 전국 각지에서 지방 사투리를 쓰다 올라온 사람들이다. '서울 사는 교양인' 중에 사투리 쓰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조선어학회 '표준어 규정'의 틀을 만들었던 일본은 도쿄 인구가 팽창하자 1949년 표준어정책을 폐기했다.

▶서울말을 표준어로 규정하고 공문서·교과서 사용을 의무화한 국어기본법이 국민의 평등권,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시민단체 헌법소원을 어제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헌재 결정과 별도로 차제에 표준어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할 필요는 있다. 유네스코는 세계 7000여개 언어 중 2400여개가 사멸 위기에 있고, 그 가장 큰 이유가 각국 정부의 표준어 확산정책이라고 했다. 우리 어휘 중에 고유한 우리말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고유어의 보고(寶庫) 사투리가 경직된 표준어정책 때문에 사라져간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