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튼의 한국어 실력은 선교사였던 증조부 때부터 4대째 한국에 살아온 집안 내력에다 10대를 한국의 '토종' 고등학교(순천고)에서 보낸 데서 비롯한다. 그러니 린튼은 한국어 습득에 관한 한 '성골(聖骨) 중 성골'의 환경에서 자랐다고 할 만하다. 대다수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배우기는 고역 중 고역이다. 까다로운 경어나 시제 변화, 조사 사용, 어휘, 발음, 맞춤법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게다가 과거엔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체계적으로 가르쳐주는 교육기관도 드물었다.
▶1959년 문을 연 연세대 한국어학당은 국내 대학 최초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전당이었다. 첫해 학생 수는 24명. 마땅한 교재도 없었고 본보기가 될 만한 교수법도 없던 시절이었다. 교수들은 밤을 새워 교재를 만들고 한국어 교수법의 전례를 만들었다.
▶학생 중엔 '생선찌개'를 '선생찌개'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과 비교할 때 물값이(→물가가) 비싸다' '입에서 물이(→침이) 나와요' '너(→○○씨) 가족도 잘 있어요?' 같은 잘못은 보통이었다.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 입소문으로 학습효과가 차츰 알려지면서 연세대 한국어학당은 선교사·외교관·기업인·학자·언론인 등 외국인들의 한국 입문 필수코스이자 지한파(知韓派)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 최초의 아이비리그 총장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 강상중 도쿄대 교수 등 재외 동포 2세·3세들도 이곳에서 모국어를 익혔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이 엊그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배출한 외국인과 재외 동포는 128개국 7만여명.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대학도 40곳으로 늘었다. 국력 신장과 함께 한국어 수요도 커져 한국어 능력시험 누적 응시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한 나라에 대한 이해는 언어에서 비롯되는 법. 국내외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한국어를 쉽게 습득시킬 것인가 하는 노력이 쉼 없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