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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자살 예방' 투자 나서자

수로보니게 여인 2009. 5. 29. 13:14

[일사일언] '자살 예방' 투자 나서자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

 

입력 : 2009.05.28 23:09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

한국은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나라다. OECD 국가 중 1위다. 한국에서 자살은 암, 심장병, 뇌혈관질환 다음으로 네 번째 흔한 '질병'이다. 사망원인 1위인 암으로 인해 매년 6만5000명이 죽고, 자살로는 1만3000명이 사망한다. 그러나 암이 주로 나이 든 사람들의 질병인 반면, 자살은 젊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손실여명(損失餘命)을 따지면 암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정부와 각 병원은 암 센터를 세우고, 온 국민이 암 검진을 받는다. 치료비만 수조원에 이른다. 반면 올해 보건복지가족부의 자살 관련 예산은 5억30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연구비는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자살 예방을 위한 기초자료가 없다는 사실이다. 자살의 원인에 대해서는 우울증·알코올중독·스트레스·빈곤·소외·분노·가족력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거론된다. 그러나 왜 자살이 계속 늘어나는지에 대한 실증적 자료나 통계는 없다. 자살 관련 연구 경험이 있는 전문가는 열 명을 넘지 못한다. 특정인이 자살했을 경우 근거 없는 억측과 의혹이 난무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기초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나오는 대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몇 년 전 미국 FDA(식약청)에서는 항우울제가 젊은 환자의 자살충동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문을 넣도록 했다. 그 결과 항우울제 처방을 줄였는데 청소년 자살은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실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한 결과였다.

기업이 투자수익률(ROI)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사람이 천수(天壽)를 누리도록 해야 한다. 사회 전체로 보면, 살 날이 많이 남아 있는 젊은 사람들의 자살을 막는 데 더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오늘 하루도 서른다섯 명의 아까운 사람들이 자살로 삶을 마칠 것이다.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는데 어떻게 대책이 나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