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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 크로마뇽인

수로보니게 여인 2009. 5. 20. 13:27

 

[만물상] '식인' 크로마뇽인

 

1856년 독일 뒤셀도르프 인근 네안데르계곡 동굴에서 이마가 튀어나온 뼈들이 발견됐다. 이 화석이 고대 인간의 뼈인지, 질병으로 현대인의 뼈가 변형된 것인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원시 인류의 뼈라는 사실이 확인된 뒤엔 이들이 인류의 조상인지 아닌지가 쟁점이 됐다. 결론은 인간과 매우 닮긴 했지만 별개 종(種)이라는 것이었다.

▶이 원시 인류에겐 최초 발견지역 지명을 따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탈'은 계곡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13만년 전쯤 등장해 유럽 대부분 지역과 지중해 연안, 중앙아시아에 살았다. 그러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크로마뇽인이 아프리카에서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면서 아시아에선 5만년 전쯤, 유럽에선 3만년 전쯤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안데르탈인은 크로마뇽인보다 키가 컸고 단단한 뼈와 근육질 몸매를 갖고 있었다. 현대인이 네안데르탈인과 악수했다가는 손뼈가 으스러질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힘이 강했을 것이라고 한다. 뇌 용적은 현대인보다 10%가량 더 컸지만 지능은 떨어졌다. 손잡이가 없는 석기를 비롯해 단순하고 조잡한 도구만 사용했다. 그래도 일상적으로 불을 썼고 노약자를 돌보고 죽은 이를 매장하는 등 인간에 근접한 지능과 감정을 갖고 있었다.

▶몇만년 전 네안데르탈인 뼈 화석에서 DNA를 추출해내는 게 요즘 과학이다. 그 과학으로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 하나가 네안데르탈인 멸종 원인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은 상당 기간 공존했다.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체격과 힘이 월등한 네안데르탈인이 생존경쟁에서 밀려 완전히 사라졌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닥친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거나, 더 나은 도구를 사용한 인류와의 식량확보 경쟁에서 뒤졌기 때문이라는 학설들이 있다.

▶최근 프랑스·독일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에게 잡아먹혀 멸종됐다는 학설을 내놓았다. 이들은 프랑스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턱뼈 화석에서 크로마뇽인이 예리한 도구로 살을 발라 먹은 흔적을 찾아냈다고 한다. 오늘날 관점에선 '식인(食人)'이 끔찍해 보이지만 당시엔 그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 요즘도 문명이 닿지 않는 일부 오지 부족에겐 식인 관습이 남아 있다. 파푸아뉴기니 고지대 부족에서 발견된 '웃으며 죽는 병'(쿠루병)도 식인이 원인이었다. 인류가 말 그대로 먹느냐 먹히느냐는 야수세계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증거다.

 

 

김기천 논설위원 kckim@chosun.com 입력 : 2009.05.18 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