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환자들이 '나병' '문둥병'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소록도로 찾아가는 길은 설움의 길이었다. 벌교역에 내렸지만 버스도 태워주지 않아 50㎞를 걸어야 했다.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한센병 시인 한하운은 그 수난의 길을 '전라도 길'로 노래했다.
▶한센병 환자들은 1962년 소록도 주변 섬을 메워 약 990만㎡(300만평) 간척지 개간에 나섰다. '우리들의 천국'을 가꾸겠다는 꿈이었다. 2500여명이 성치 않은 손에 삽과 괭이만으로 3년간 바닷길 1500m를 메워나갔다. 그러나 완공을 앞두고 인근 주민들에게 허망하게 쫓겨났다. 이청준은 이 이야기를 '당신들의 천국'으로 썼다. 1957년엔 경남 사천의 섬 개간에 나섰던 환자 100여명이 이웃 섬 주민들의 죽창과 삽에 맞아 20여명이 숨졌다.
▶1963년 한센병 환자 격리·수용 정책이 폐지될 때까지 2만여명이 국립 소록도병원이나 집단촌에 강제 수용돼 감금·폭행·낙태를 당했다. 한승수 총리가 16일 소록도병원 개원 9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정부의 첫 공식 사과를 한다. 4월 국회에서 한센병을 앓았던 임두성 의원의 한 맺힌 한센인들의 삶에 대한 사과 요구를 받고서다. 일본은 2001년 고이즈미 총리가 한센병 환자 격리를 사과하고 800만~1400만엔씩 보상했다.
▶현재 한센병 등록자는 1만5000여명으로 대부분 소록도와 89곳 정착촌에 산다. 한 해 생기는 새 환자는 고작 10여명이다. 유전되지 않고 치료약만 먹으면 전염력 99%가 사라진다. 그래서 전염병이 아니라 빈곤병이라고 한다. 정부는 한센인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조사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센인들이 위로받을 수 있는 길은 우리 사회가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냉랭한 시선을 말끔히 거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