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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반응 따라 글 움직여… 스포츠 같은 작업"

수로보니게 여인 2009. 5. 11. 20:25

"상대 반응 따라 글 움직여… 스포츠 같은 작업"

두번째 릴레이 소설 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그들이 돌아왔다. 국내에서만 100만부가 넘게 팔린 일본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의 공동작가 에쿠니 가오리(여·45)와 쓰지 히토나리(50)가 10년 만에 또 하나의 릴레이 소설을 발표한 것이다. 6년간

일본의 문예지 '쓰바루'에 번갈아 가며 쓴 글을 에쿠니는 《좌안(左岸)-마리 이야기》, 쓰지는 《우안(右岸)-큐 이야기》(소담출판사)에 담았다.

새 책의 출간에 맞춰 12일 한국을 방문하는 에쿠니와 쓰지가 8일 일본 도쿄에서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에쿠니는 말수가 적었고, 자주 생각에 잠겼다. 록 가수이기도 한 쓰지는 풀어헤친 긴 머리에 검정 부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그는 영화 〈러브레터〉에서 "오겡키데스카~"(잘 지내고 있나요)란 대사로 유명한 배우 나카야마 미호의 남편이다. 이 스타 부부가 쏟아지는 집요한 관심을 피해 프랑스 파리로 거처를 옮긴 탓에 두 작가도 이날 반년 만에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8일 도쿄에서 만난 쓰지 히토나리(왼쪽)와 에쿠니 가오리. 일본에서도 좀처럼 팬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은 12일 한국 방문이 매우 기대된다고 했다./김남인 기자

―자기 이름만으로도 책이 팔리는 작가들인데, 왜 또 함께 책을 냈나.

▲에쿠니: "함께 작업하면 더 멀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생각 못하던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모험도 하게 된다."

▲쓰지: "서로의 반응과 공격에 따라 글이 움직인다. 개인에서 해방된다. 일종의 스포츠 같은 작업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먼 길을 돌아 다시 만나는 연인의 사랑 얘기다. 이번 작품은 어떤가.

▲에쿠니: "사랑보다는 더 긴 호흡으로 인생과 운명을 다뤘다."

소설 속 주인공 마리와 큐는 유년의 추억을 간직한 채 편지로 연결될 뿐,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들의 2세인 사키와 아미가 부모의 못 이룬 사랑을 대신한다. 에쿠니는 특유의 속삭이는 듯 정갈한 문체로, 쓰지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주인공들의 50년 인생을 들려준다.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에쿠니: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소설의 배경이 되는 후쿠오카의 한 작은 마을도 함께 가봤다. 그 후, 각자의 계획대로 글을 써 내려갔다."

―10년간 서로의 작품에서 변화를 느끼는지.

▲쓰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더라. 에쿠니씨의 글에서는 그만의 냄새와 기척이 느껴진다. '아, 그가 이런 시간을 보내왔고 이런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

―상대가 다른 작가를 파트너로 지목한다면 배신감을 느끼겠다.

▲쓰지: "2005년 한국의 공지영씨와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썼는데, 뭐랄까 약간 바람을 피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에쿠니씨와 두 작품을 함께 한 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서로 자주 만나는 편도 아니다. 에쿠니씨는 내가 이메일을 보내면 거의 답장을 안 한다. 오늘도 안 나타날 줄 알았다(웃음)."

―서로 처음 봤을 때, 동료로서 호감을 느꼈나.

▲쓰지: "우리 둘 다 현실감각 없이 둥둥 떠 보이지 않나? 머리도 이렇게 부스스하고. 한마디로 세상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일본 문단의 주류에 포함되지 않은 아웃사이더였고. 지금 되돌아보면 '둘 다 잘도 살아남았네'란 생각이 든다."

―12일 한국에 온다. 가장 기대되는 일정은?

▲쓰지: "난 셀 수 없이 한국에 많이 갔고, 한국 음식을 너무나 좋아한다. 내가 제안해 13일 연세대에서 윤동주 시에 대해 학생들과 얘기를 나눈다. 공지영씨와 책을 쓰면서 윤동주의 시를 알게 됐는데 감동이 대단했다. '전쟁을 없애자, 평화를 지켜내자' 시끄럽게 얘기하는 것보다 윤동주의 깨끗한 시가 젊은이에게 더 큰 울림을 줬을 것이다.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시를 썼을까, 윤동주가 나이가 더 들었다면 어떤 시를 썼을까 궁금하다."

▲에쿠니: "개인적으로 놀러 갔던 것을 제외하면, 첫 공식 방문이다. 팬들이 많다니 기쁘지만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독자를 만나는 게 무섭기도 하다. 쓰지씨는 사인하면서 '어이쿠, 또 오셨군요'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주변머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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