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상식♡시사

"예수님, 신앙 강요안해… 당당히 논쟁하고 설득"

수로보니게 여인 2009. 3. 28. 14:06
"예수님, 신앙 강요안해… 당당히 논쟁하고 설득"
'예수의 논쟁사화' 낸 성공회 박태식 신부

 

"예수님은 '무조건 믿으라'고 윽박지르는 분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논객들과 당당히 논쟁하고 설득했습니다. 합리적인 것을 선호하는 현대인에게 예수님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최근 《예수의 논쟁사화》(늘봄)를 펴낸 성공회 박태식(52) 신부는 "저 스스로도 궁금했던 점을 모아보았다"고 했다. 이 책은 〈율법〉〈관습〉〈구원〉〈예수의 정체〉〈하느님의 시간〉으로 주제를 구분하고 성경 속 에피소드를 당대의 사회풍습과 연결해 이해가 쉽도록 해설한다. '간통한 여인을 왜 구해줬을까?' '사마리아 사람을 왜 칭찬했을까?' 등의 질문이다.

대중의 '스타'였던 예수님은 율법학자와 유대교 기성 성직자들의 표적이었다. 율법에 정통한 그들은 끊임없이 곤란한 질문으로 예수님에게 상처를 입히려 했다. 안식일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밀밭을 지나다가 밀이삭을 뜯자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에게 묻는다. "왜 이 사람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니까?" 예수님의 답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생겼지, 사람이 안식을 위해서 생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율법의 문자에 얽매인 바리사이들과 달리 예수님은 율법에 담긴 정신을 강조했다. 또 예수님의 제자가 손을 씻지 않고 빵을 먹는 것을 보고 바리사이들이 따질 때 예수님은 "여

러분은 하느님의 계명을 저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일갈한다. 예수님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트집 잡으려는 이들에게 전혀 다른 차원의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태식 신부는 "예수님은 당대 유대교의 일방통행식 신앙 대신 인간을 강조하셨던 것"이라며 "예수님의 논쟁 일화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어느덧 우리 시대의 종교인들 역시 '믿으라'만 강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성(自省)이다. 그는 "예수님은 광야에서 40일 동안 시험받은 후 세상과 사람들 속으로 들어왔다"며 "세상과 삶에 대한 적극적인 인정이 바로 예수님의 특징"이라고 했다. 현대인은 권력과 지위를 앞세우는 지도자에겐 저항감을 느끼기 때문에 종교 지도자들이 지금 자리에서 한 계단 내려와 이성에 호소하는 설득이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박 신부는
서강대 영문학과와 대학원 종교학과를 나와 독일 튀빙겐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강대·가톨릭대·성공회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에세이스트이자 영화평론가로도 활동하던 그는 2년 전부터 서울 봉천동의 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 사는 세상〉 지도신부로 일하고 있다. 박 신부는 "강단에만 있다가 조건 없이 도와야 할 이들을 보게 되면서 하느님의 존재를 새삼 느낀다"고 말했다.
  • ▲ 대한성공회 박태식 신부가 최근 펴낸 '예수의 논쟁사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한수 기자
 
입력 : 2009.03.27 02:43 / 수정 : 2009.03.27 07:28 김한수 기자 hans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