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더 바쁜 'NIE 전도사' 화곡초 교사
'수업방법 개선' 연구 쏟아내… 선생님 상대로 강의 컨설팅 분주
방학이 되면 더 바빠지는 선생님들이 있다. 학기 중엔 가르치느라 못다한 '공부'를 하기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기 때문이다. 서울 화곡초등학교 위현길(34) 교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26일도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한 연수를 받은 뒤 또 다른 연수에 대비해 원고를 써야 한다며 집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시간을 '빼앗은' 것이었다.
- ▲ 29일 서울 방배동 서울시교육연수원 교육동 201호에서 초등 1·2급 정교사 자격연수가 실시됐다. 이날 강단에 선 위현길 교사가‘분 단 보고서 주제 설정을 위한 지도·조언’이란 시간을 갖고 후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21@chosun.com
이번 방학에 위현길 교사가 받는 연수 시간만 총 195시간이다. 서울시교육연수원의 초등 1·2급 정교사 자격연수, 국어과 심화과정을 위한 수업시연 및 분석, 서울시강서교육청 신규교사 추수연수, 창의적인 학급 특색 분임토의 등 다른 교사들의 연수에 직접 강사로 나서는 것까지 합하면 방학 중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 위현길 교사는 "설날하고 주말에 쉬잖아요"라면서 "더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시간이 겹쳐서…"라며 웃었다.
위현길 교사의 '주특기'는 NIE다. 지난해부터 2년간 담당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규 교과 시간에 NIE를 적용한 결과 학생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연구하고 보고서를 수백 장씩 써냈다. 그 결과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2007학년도 '초등학교 수업방법개선 연구교사제' 연구발표대회에서 '1등급 우수교사' 평가를 받았고 올해는 제10회 교실수업실천사례 연구발표대회에서 2등급을 받았다. 또 '상위인지 자기 조정 활성화 프로그램을 통한 자기 주도적 글쓰기 능력 신장'이란 주제의 연구도 하고 있다.
"신문활용교육을 2년간 실시해 보니,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하기 시작한다는 것, 뭐든지 적극적으로 표현하려 하고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것, 의사소통능력·문제해결능력·갈등조정능력이 탁월히 높아진다는 점 등이 확실히 입증됐습니다. 그래서 방학 때도 신문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다음 학기에 이런 기사는 이렇게 적용해 봐야지 하고 새록새록 방법들이 떠오르거든요."
위현길 교사의 하루 일과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일어나자마자 2시간 동안 신문을 훑어보고 수업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집을 나선다. 지하철에선 읽은 기사를 두세 번씩 또 읽으며 구체적인 NIE 방법을 고민한다고 했다. 하루 종일 연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잘라서 활용 방법에 따라 스크랩해 둔다. 일례로 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희망편지'는 꼬박꼬박 스크랩한다. '희망편지'는 주로 '어려웠던 상황→극복 과정→희망 제시'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어려웠던 상황'까지만 보여주고 그 다음의 글은 '나라면 어떻게 해결했을까'란 활동으로 상상해 쓰게 하면서 문제해결능력과 갈등조정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단 경력이 8년밖에 안 되는 젊은 교사지만 위현길 교사의 NIE 수업 사례와 연구 결과는 다른 교사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지난 학기엔 위 교사보다 한참 위인 타학교 한 선배 교사가 신문 활용 교수법을 배우기 위해 퇴근 후에 화곡초등학교로 찾아와 '컨설팅'받아 가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선 2009년도 '좋은학교만들기자원학교'로 화곡초등학교를 신규 지정하겠다고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화곡초 임동욱(61) 교장은 위 교사에 대해 "잠시라도 연구하지 않으면 몸살날 것 같은 선생님" "교직 생활 39년 만에 이런 선생님 처음"이라고 표현하며 "한 학급 담임으로만 두기엔 아까운 것 같아 다음 해엔 한 학교 전체를 이끌 수 있는 중책을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현길 교사의 노력의 결과는 학생들의 성적, 수업태도 등에서 나타났다. 반 평균 성적이 오른 것은 기본이고, 지난해 위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이 학교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 나가 입상하거나 전교 학생회장을 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화곡초등학교가 소속된 강서교육청은 서울시 11개 교육청 중 학습 부진아가 가장 많은 학교가 소속된 교육청이다. 위현길 교사는 "이런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도 얼마든지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교사는 가르치기 이전에 배우는 존재라는 생각으로 노력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8.12.31 03:23 유나니 기자 nan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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