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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대학시절 문학청년이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오바마는 1981년 옥시덴탈 대학 재학 중 교내 문학잡지에 시 2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중 한 편의 시 〈아버지〉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널찍한 그러나 망가진/ 그러나 곳곳에 재로 얼룩진/ 의자에 앉아 계신/ 아버지는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시네/ 아버진 시그램 위스키를 또 한 잔 비우며, 묻네/ 나와 무엇을 하려 하니?/ 풋내 나는 애야…'
정치학자 문성호의 책 《버락 오바마,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는 오바마가 대학생 때 쓴 시 이외에도 9~12세, 고교생 시절의 시까지 모두 9편이 실려 있습니다. 문학적으로 조숙했던 겁니다. 오바마는 케냐 출신 아버지와 어릴 적에 헤어져 자랐기 때문에 그의 시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하와이에서 오바마를 애지중지 키운 외할아버지의 변형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판독했습니다. 주간지 뉴요커는 저명한 문학비평가 해럴드 블룸에게 청년 오바마의 시를 읽고 평가를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시 〈아버지〉에 대해 "비애, 유머, 애정이 깃들어 있는 아주 좋은 민중시"라고 호평하면서 "오바마가 시인이 아니라 정치인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의 시를 주목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바마의 문학적 스승은 어린 시절에 있었습니다. 그의 자서전 《아버지로부터의 꿈》에 따르면, 시와 재즈를 즐겼던 외할아버지의 술친구 중에서 늙은 흑인 시인 프랭크가 있었습니다. 프랭크는 "내가 시카고에 살 때 유명 흑인 작가 리처드 라이트, 흑인 시인 랭스턴 휴즈와 함께 어울렸던 사람"이라고 자랑했다는데요. 그의 집에 자주 놀러간 오바마는 "눈꺼풀에 반 이상 덮인 눈 뒤에 녹아 있는, 어렵게 얻었을 성싶은 지식에 끌렸다"고, 시적으로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래서 고교생 시절에 이미 오바마는 상당한 독서량을 갖추었고, 흑인 문학 읽기를 통해 정체성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바마의 백인 어머니가 가장 좋아한 외국 영화는 프랑스의 마르셀 카뮈 감독이 만든 《흑인 오르페》였습니다. 오르페우스 신화에 담긴 시인의 비극적 사랑을 브라질의 리우 축제로 무대를 옮겨 그린 영화입니다. 오바마의 당선은 신화 속의 얼굴 하얀 시인 오르페우스를 흑인으로 바꾼 영화가 극장 밖의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오바마의 승리는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한 편의 영웅 서사시를 보여주는 듯한 문화적 사건이기도 합니다. '오바마 서사시'의 메시지는 '영웅이 되려면 어릴 때부터 문학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겁니다.
입력 : 2008.11.1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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