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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이 새로운 서정성 실험하고 있어요”/ 문태준

수로보니게 여인 2008. 7. 21. 11:18

 

"쉼없이 새로운 서정성 실험하고 있어요" 

 시집 '그늘의 발달' 출간한 문태준


"질병이나 이별처럼 삶에서 마주치는 슬픔의 국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음으로써 시간을 새롭게 인식하려 했다"    

  • 문태준(38) 시인은 소를 닮았다. 소처럼 느리게 걷고 느리게 말한다. 시도 소처럼 쓴다. '되새김질한 여물'(시인 정끝별의 평)처럼 여러 번 곱씹어 내놓는 그의 시들은 요즘 젊은 시인들에게선 찾기 힘든, 깊고 부드러운 서정의 세계를 되살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 이후 소월시문학상 등 시 부문의 주요한 5개 문학상을 휩쓸어 '21세기 시단에서 서정시의 맥을 잇는 적자(嫡子)'로 평가 받는 문태준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을 냈다. 전작 시집 《맨발》(2004)과 《가재미》(2006)가 연이여 각각 2만부 이상 팔린 터라 그의 새 시집은 출간 이전부터 시단과 독자의 이목을 끌었다. 71편이 실린 이번 시집은 멈출 수 없는 시간과 그 끝에서 맞게 되는 이별 등으로 인해 빚어지는 삶의 그늘진 순간들을 포착해 여물처럼 오래 곱씹는다.

    "시간의 흐름 끝에 쇠멸이 존재한다는 의식은 여전합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예민하게 의식하는 시적 자아가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시인은 "질병이나 이별처럼 삶에서 마주치는 슬픔의 국면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음으로써 시간을 새롭게 인식하려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 감나무가 너무 웃자라/ 감나무 그늘이 지붕을 덮는다고/ 감나무를 베는 아버지여/ 그늘이 지붕이 되면 어떤가요/ 눈물을 감출 수는 없어요/…/ 나의 슬픈 시간을 기록해요/…'(수록시 〈그늘의 발달〉)

    시인은 "아버지가 고향(경북 김천) 집의 감나무를 베는 것을 보며 슬픔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늘이 지붕을 덮으면 어떠냐'고 묻는 그는, 슬픔(감나무 그늘)을 베어내기보다 오히려 '슬픈 시간을 기록'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삶의 그늘을 껴안는 시 세계를 펼친다.
  • 이는 남의 아픔도 내 것으로 느끼고, 타자(他者)의 시선으로 나를 보는 것으로까지 확장된다. '가을밤에 뒷마당에 서 있는데/ 풀벌레가 울었다/'는 시 〈혼동〉의 화자는 풀벌레 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댓잎 소리와 섞이자 두 소리를 혼동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누가 누구를 혼동한다는 것인가. 시인은 "풀벌레와 댓잎은 각자의 소리를 내는데, 인간이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해석하기 때문에 혼동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혼동이라는/ 그 말로/ 나를 너무 내세웠다'고 반성한다. 


    '~느니', '~었어라' 등 음악성을 느낄 수 있는 시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문태준 시의 친밀도를 높인다.

    시인은 그러나 "내 시가 고루하게 비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쉼 없이 새로운 서정성을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록시 〈이제 오느냐〉는 '화분에 매화꽃이 올 적에/ 그걸 맞느라 밤새 조마조마하다/ 나는 한 말을 내어놓는다/ 이제 오느냐,/'며 '반가움'의 정서를 표현한다. 그러나 이어진 시행에서 그는 '말할수록 맨발 바람으로 멀리 나아가는 말/ 얼금얼금 엮었으나 울이 깊은 구럭 같은 말/'이라고 덧붙인다. 서정을 넘어 언어의 쓰임에 대한 철학적 고민까지도 담아보겠다는 시도다.

    걸음은 소를 연상케 하지만, 실상 문태준은 대단한 속도의 생산력을 발휘하면서 시의 길 위를 달리고 있다. 《맨발》 이후 그는 2년에 한 번 꼴로 시집을 내 왔다. 올 1월부터 5개월간 정끝별 시인과 짝을 이뤄 조선일보에 '현대시 100편' 해설도 연재했다. "해마다 30편씩은 쓰는 것 같아요." 그는 "남들이 쉬엄쉬엄 하라지만 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정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서정시의 맥을 이어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시집 속에 밝혔다.
    '습한 곳에 바쳐질 조촐한 나의 목숨/ 나의 서정(抒情)'〈두꺼비에 빗댐〉이라는 것이다.정통 서정시의 맥을 잇고 있는 문태준 시인은 발표하는 시집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기병 기자 

      • 정통 서정시의 맥을 잇고 있는 문태준 시인은 발표하는 시집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전기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