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여기 있으매...
우리가 태어나는 것은 로또복권 당첨보다도 더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은 하루에 약 2억 마리의 정자를 만들며 최소한 1억 마리를 사정하여야 임신을 시킬 수 있다. 여자들은 아이의 씨인 난자를 자기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어머니가 딸의 난소속에 넣어준 난자를 사용한다. 태어날 때 약 200만 개의 난자를 어머니로부터 받는데 이중에서 약 500개가 임신을 위하여 배란되는 것이다. 10살에 생리를 시작하여 50살까지 약 40년간을 매달 한번씩 생리를 한다면 생리 2주전에 한 번씩 배란이 되어 난자가 나오므로 약 480개의 난자를 배란하게 되는 셈이다. 그 수많은 난자와 정자들 중 선택받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란을 만들고 이 수정란이 약 60조 개로 늘어나서 우리몸을 만들게 된다. 우리몸의 세포는 일초에 약 50만 개, 하루에 약 432억 개의 세포가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우리몸을 오랫동안 지탱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셈이다. 각 세포속에는 정자를 통해 온 30억 개의 아버지 유전부호와 난자에서 온 약 30억 개의 어머니 유전부호가 2m 길이의 DNA속에 들어있게 된다. 하루에 합성되는 유전자 길이를 펼쳐놓으면 달나라를 122회나 다녀올 만큼 엄청난 길이가 된다. 이때 합성되는 유전자의 부호는 하나의 오차도 없어야 된다. 만약 오차가 생기면 암세포가 출현할 수 있다. 정자가 여성의 질에 들어가면 20분 내에 나팔관에 도착하게 되고 여기서 난자를 만나 결합하게 되는데, 하나의 난자에 정자가 들어가면 수정란이 된다. 이 수정란에는 난자 속 23개의 염색체와 정자 속 23개의 합쳐져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세포에 불과하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존재이며, 또한 완전한 개체이다. 이 수정란이 8번 세포 분열할 무렵 자궁에 착상하게 되고 41번 세포분열 할 때쯤이면 아기가 되어 태어나게 된다. 즉, 수정란 이후에 과정은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므로 수정 시점 이후부터는 잠재적 생명체로 평가 할 수 있다. . . . . 사람이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의사들의 예측이 빗나가는 수가 종종 있다. 80년대 초 대학강사 시절, 당시 69세이던 큰어머님의 위암 수술을 부모님의 권유로 내가 집도한 적이 있다. 위암이 췌장까지 퍼져 위만 절제하고 췌장부위는 절제를 못하고 전기 칼로 태우기만 하였다. 사촌형님들께 "한 6개워 밖에 못 사실 것" 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20년을 더 사시고 노환으로 92세가 되어 돌아가셨다. 레지던트 때 제주도 도립 병원으로 파견 나가 외과 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뱃일 하시는 분이 목이 부러져 응급실로 오셨다. 배를 밧줄로 부둣가 기둥에 묶어 고정시키다가 파도에 배가 밀리면서 밧줄에 목이 감겨 목뼈가 부러진 것이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목을 지나는 신경이 잘려 하반신 마비가 오지 않도록 조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숨이 멎었다. 기도가 으스러져 숨길이 막힌 것이다. 순식간에 의료용 칼로 기도를 열어 숨을 쉴 수 있게 하여 죽을 뻔 했던 사람이 살아난 경험이 있다. 바로 죽음과 삶이 순간에 왔다 갔다 하는 경우이다. 의료분야에 종사하는 나도 언제 어느 순간에 갑자기 사고가 나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예방을 못한 어떤 질병으로 고생하다 사망할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은 종이의 앞 뒷면과 같아서 어느 순간 삶이 죽음으로 바뀔 수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것이 우리들의 운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축복이다. 누구나 언제나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한이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하며,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겠다. 또 가까운 사람의 죽음 앞에서 계속 슬퍼만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죽음이란 자유로워진 영혼이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새 출발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출생은 첫 번째 행운이요, 죽음은 두 번째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행운이다.
** 그래서 인간은 죽음을 품위 있게 맞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다.
박재갑: 서울의대 교수 국립암센터 초대원장 <조선일보 세상 칼럼>
200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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