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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위해 멜로영화 좀 봐줍시다

수로보니게 여인 2008. 6. 2. 13:12


 

 

[김태훈의 러브 토크] "여친 위해 멜로영화 좀 봐줍시다"

연애를 하는 남녀는 무의식 중에 상대가 나와 닮기 원한다. 취미나 취향에 있어서도 그렇다. 심지어 라이프 스타일, 세계관까지 같아지길 바란다. 이런 요구는 대부분 이기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자기 것을 포기하고 상대에게 맞춰주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를 강요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애 갈등이 이 지점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남녀가 하루아침에 기계에서 찍혀 나온 붕어빵처럼 똑같아질 수 있을까? 대답은 물론 '아니다'이다. 그런데 흔히들 이런 때 '틀렸다'라는 단어를 쓰는 오류를 범한다. 남녀의 차이를 나타낼 때 쓰는 단어는 '틀리다'가 아니다. '다르다'가 맞는 표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알면서도 현실에선 쉽게 적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에서 주인공 케이트 허드슨은 여자가 데이트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해 칼럼을 쓰기 위해 매튜 매커너히를 데이트 상대로 골라 실험을 시작한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의 얼굴을 합성해 미래의 아이 얼굴을 만들어 보여주거나, 남자 집에 소녀 취향의 화분이나 인형을 갖다 놓고 라이프 스타일까지 간섭하는 식이다. 가장 재미 있는 장면은 매튜 매커너히가 주말 데이트로 NBA 농구 경기 관람을 계획했을 때다. 어렵게 손에 쥔 티켓을 들고 희희낙락하는 그에게 여자는 같은 날 셀린 디온의 콘서트를 보러 가자고 요구한다. 그야말로 취향의 차이는 해결될 수도 없고 타협하기도 힘든 아킬레스건임을 보여주는 장면 아닌가.

커플이 토요일 오후에 영화를 보러 외출했다가 극장 앞에서 뭘 볼지를 놓고 언쟁을 벌이는 경우를 우린 종종 본다. 공포 영화가 유행하는 여름 시즌엔 더 심해진다. 어떤 커플은 여자가, 다른 커플은 남자가 공포 영화라면 치를 떠는 식이다. 언제까지고 상대의 취향과 취미에 맞추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남자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여자는 독서나 음악 감상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관계의 균열이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서로의 차이를 메우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유일하다. 용기를 내어 상대의 취향으로 뛰어드는 것뿐이다.

연애란 지겨운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놀이와도 같다. 놀이동산에서 사람들은 보통 느리게 움직이는 모노레일보단 수직으로 낙하하는 롤러코스터를 택하기 마련이다. 연애도 그래야 한다고 믿어 보는 것은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귀찮아도 산에도 올라보고, 때론 닭살 돋는 이벤트도 기획해 보고, 옆 사람의 팔을 꼭 쥔 채 공포 영화의 스릴을 즐겨보는 거다.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살고 있는 새로운 세상으로 점프해 보는 거다.

그렇게 죽어라 노력해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 최후의 방법이 있기는 하다. 영화배우 폴 뉴먼의 아내는 오페라 광이었는데, 항상 다른 남자 친구와 오페라 극장을 찾곤 했다. 폴 뉴먼의 친구가 물었다. "자네 아내가 다른 남자와 오페라를 보러 가는데도 괜찮아?" 폴 뉴먼이 대답했다. "아니, 오히려 난 그 남자가 부럽다네. 난 오페라만 들으면 잠이 쏟아져서 말이야." 함께 할 수 없다면 그녀, 혹은 그에게 자유를 조금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 조선일보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



 아기공룡 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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