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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피천득 1주기 시비(詩碑) 세우기로

수로보니게 여인 2008. 5. 5. 14:50


                                                                                                           

    

시인 피천득 1주기 시비(詩碑) 세우기로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가는/ 너'(피천득의 시 〈너〉 전문)

영원한 소년의 미소를 머금고 살다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수필가 금아(琴兒) 피천득(1910~2007·
사진) 선생의 사망 1주기를 맞아 그의 문학과 생애를 기리는 시비(詩碑)가 선다. 시인의 제자인 심명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4일 "선생의 제자들과 유족들이 뜻을 모아 선생을 모신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 선생의 묘 옆에 시비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비는 금아의 기일인 25일 추모식 행사때 제막식을 한다. 신찬우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맹성·천승걸 서울대 명예교수, 이성호 한양대 명예교수, 이익환 연세대 명예교수, 김길중 서울사대 영어교육과 교수 등 금아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그의 제자였던 학자 50여명이 건립을 위한 기금 조성에 참가했다.

   ▲ 조선일보 DB

 

시비에 수록될 시는 금아가 쓴 〈너〉. 금아는 아사코와의 세 번의 만남과 헤어짐을 쓴 수필 〈인연〉으로 유명한 명수필가이지만 시인으로도 주옥같은 작품을 다수 남겼다. 1930년 〈서정소곡〉을 쓰며 등단한 금아는 첫 시집 《서정시집》(1947)에서 자연과 동심이 함께 느껴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시 세계를 선보였다. 이후 《금아시선문》(1959), 《산호와 진주》(1969) 등의 시집을 냈다. 금아의 차남인 피수영 울산의대 교수는 〈너〉가 "선친이 살아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시"라고 말했다.

검은색 오석 시비에는 시인의 자부인 홍영선 여사가 한자로 '琴兒詩碑'(금아시비)라고 쓰고, 그 아래 서예가 조주연씨의 글씨로 시 〈너〉의 전문을 새긴다. 조씨는 생전에 금아가 쓴 시와 수필을 서예로 옮겨서 액자와 병풍 전시회를 열었던 인연으로 이번 시비 제작에 참여했다. 모란공원 안에 있는 모란미술관 야외전시장에는 지난해 5월 29일 선생의 영결식에 맞춰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제작된 금아의 실물 크기 동상이 설치된 바 있다.

 

                                         2008.05.04 22:58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