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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꿈- "나보고 미쳤다더니 이젠 그들이 미쳤다"

수로보니게 여인 2008. 4. 26. 15:55

                                      
 
  ▲ 진짜‘나비’로‘나비효과’를 만들어낸 이석형 함평군수는 앞으로 황금박쥐·양서파충류·먹황새 등 생태 
      상품을 함께 엮어 함평을 완벽한 생태도시로 만들 포부를 갖고 있다.

 

자원도 없다. 산업도 없다. 뭘 먹고 사나 .그때, 머릿속으로 날아들어온 나비…
"가뜩이나 어려운 동네를 어린 놈이 말아먹으려고!"
손가락질 받으며 시작한 9년전 첫 축제. 일대 도로가 막혔다. 대성공이었다.
2000억 낳은 그의 '나비 꿈'에 이제 세상이 미친다.


10년 전 한적한 농촌 소도읍이었던 전남 함평군이 '나비'를 타고 세계적 생태 도시로 날아오르고 있다. 나비축제 첫해 660㎡(200평)

비닐하우스에서 시작된 나비의 날갯짓은 이제 109만㎡에서 펼치는 '2008 함평 세계나비·곤충 엑스포'라는 폭풍을 만들어냈다.

진짜 '나비'로 '나비효과'를 만들어낸 이석형(李錫炯·50) 함평군수를 만났다.


엑스포가 개막돼 눈코 뜰 새 없는 그를 만나려 사흘 전 예약했지만, 약속시간을 30분 넘겨서야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군수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쉼 없이 비서진의 '쪽지'가 들어왔고 이야기를 서둘러 마치고 방을 나설 땐 10여 명이 대기실에 줄지어 앉아 있었다.

"고교와 대학 때 학생(회)장을 하면서 정치에 꿈이 있었죠. 방송PD로 일하다가, '정치를 하려면 단체장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선배의 조언을 듣고 무작정 선거에 뛰어들었는데 막상 당선되고 보니 덜컥 겁이 났어요.

천연·산업·관광 자원은 전무한 데다, 인구의 71%가 농업에 종사하고, 연간 관광객은 18만 명에 불과하고….

'잘못하면 딱 죽을 자리구나' 싶었죠."

매일 새벽 산에 올라 고민을 거듭하던 그때, 농촌에서 자라 농고와 농대를 나온 그의 '유전자'가 깨어났다.

"농업을 살리자. 방법은 친환경이다." 그러나 평범한 평야지대인 함평을 친환경 이미지로 특화하는 게 문제였다.

 

나비가 날아든 것이 이때였다. "흔한 꽃축제 대신 그 위에 나비를 날려 생태체험축제를 열면, 어린이와 가족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고,  '청정' 이미지를 알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반응은 차가웠다. "모두가 미친놈 취급을 했지요. '가뜩이나 어려운 동네를 어린(당시 39세) 놈에게 맡겼더니,
아주 말아먹으려나 보다'고 수군거렸습니다." 간부회의 때 얘기를 꺼내면 모두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몇 날 며칠을 입만 열면 나비 이야기를 했다. "21세기는 환경의 시대다. 나비 싫어하는 사람 있나.
일본의 나비생태관도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반대 목소리가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군 의회와는 "속는 셈치고 한 번만 도와달라"고 담판을 지었다.

1999년 5월 5일 오전 11시. 첫 나비축제가 막을 올렸다. 평소 1시간 걸리던 광주~함평 간이 4시간 넘게 걸렸다.
일대 도로가 마비됐다. '살아있는 나비를 활용한 생태축제'가 함평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그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고 했다.
'20만 명이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첫해 축제에 5일 동안 60만 명(경찰 추산)이 몰려들었다.

나비축제는 2000년 75만 명, 2003년 143만 명, 2006년 171만 명 등을 불러들이며 매년 100억원대의 직·간접 수입을 창출해냈다. 눈에 보이는 소득 외에, 함평은 '나비의 고장' '청정 생태도시' '친환경 농업군' 등 이미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올해는 4년간 준비해온 '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열어 세계를 향해 도약하고 있다.
45일간 200만 명을 불러들여 2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그가 찾아낸 '블루오션'은 나비뿐이 아니다. 순금 162㎏을 사들여 함평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 동물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들었고, 독일 폭스바겐사의 '뉴비틀'을 관용차로 사들여 '무당벌레'로 단장했다. 함평실업고를 '골프고'로 특성화해 학생모집난을 극복하기도 했다.

이들 사업은 하나같이 반대가 심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군 의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30억원(금값만 27억원)의 예산을 세워 만든 황금박쥐 조형물은 지금 금값만 60억원에 이르고,
이번 엑스포 최대의 명물로 각광 받고 있다. '외제 관용차' 시비를 불렀던 '무당벌레 뉴비틀'은 전국의 행사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고, 함평골프고는 국내 여자 골프 1인자 신지애 선수를 배출했다.

"미쳐야죠. 몰입하면 보입니다.
방송PD 생활 12년의 경험은 어떤 일을 추진하면 어떤 반향이 올 것인지 미리 그림을 그려보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 그는 독창적 아이디어의 원천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비축제 성공으로 그는 '스타 강사'가 됐다. 청와대·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등 정부기관, 삼성물산·에버랜드 등 기업체,
자치단체와 대학 등에서 100차례 이상 사례 발표와 특강을 했다.
그가 시간이 없다고 하면, 직원 수백 명을 버스 편으로 함평에 보내 특강을 듣게 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최연소 단체장으로 시작해 현재는 전남 유일의 3선 단체장인 그에게 정치권의 유혹도 적지 않았다.
재선 시절엔 전남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 받았고, 지난 총선 때도 출마를 고민했었다.
"엑스포가 없었다면 몰라도, 군민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순 없었어요."

엑스포가 진행 중인 지금도 그의 머릿속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가득하다. 양서·파충류 생태관 사업이 이미 시작됐고,
뱀 독을 이용한 신약 개발에도 나선다. 나비·황금박쥐·양서파충류·먹황새·수달 등 생태 상품을 패키지로 엮어 함평을
완벽한 생태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토피 치료센터 등 '헬스투어리즘'을 위한 그림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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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나비로 '나비효과'를 만들어 낸 이석형 함평군수.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2008.04.26 15:11
        미쳐야(狂) 미친(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