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事 一 言/ 비극을 희극처럼
어느 여배우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외동딸이었던 그 친구가 걱정돼 극단 단원들 모두 밤새워 빈소를 지켰다.
마지막 날, 벽제에서 아버님의 화장이 시작되자, 여러 창구에서 수많은 소리들이 들려왔다.
곡(哭)으로 시작해, 염불 외는 소리가 깔리고, 그 위로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위 아래로 가득해진 ‘종교의 소리들’ 이 거북하게 느껴지던 순간,
그 공간을 비집고 날 찌릿하게 만드는 맑은 소리가 들려 왔다.
“아빠 - ”, 울기위한 소리가 아닌, 앞에 있는 아빠에게 말을 거는 듯한,
다시 “아빠 - ”, 확실히 저만치 보이는 아빠를 돌아보게 하려는 듯이 들렸다.
귀여운 딸이 사랑스런 아빠를 부르는 소리였다. 정말 부르고 있어서, 그래서 찌릿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모녀를 창구에서 끌어내는 친지들에게, 그 친구는 ![](https://t1.daumcdn.net/planet/fs12/7_29_9_1_4vhS0_10792249_37_3746.gif?original&filename=3746.gif)
“저리 비켜! 우리 아빠 안보이잖아!” 하고 소리치고는, 모두 놀라 생긴 정적을 틈타,
울음과 예쁜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동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곤 “아빠, 아빤 정말 나한테 최고의 아빠였어.”
그리고 설마 설마 하는 사이에 머리위로 두 손을 올려, 모두가 아는 그 ‘하트’를 그리고는
“아빠 사랑해” 하며 웃어보였다. 그리곤 휙 하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당장 내일이라도 만날 사람처럼….
훗날 ‘아빠’ 와 만나 기뻐할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래, 그때쯤이었다.
아까 들리던 노래의 4절 내내 나오던 가사에서 느껴지지 않던 ‘그 곳’ 이 그려졌다.
‘비극을 희극처럼,’ 힘든 날에, 슬프지만 예쁜 웃음으로 대처한 친구의 모습에서![](https://t1.daumcdn.net/planet/fs11/7_29_9_1_4vhS0_10792249_37_3711.gif?original&filename=3711.gif)
연기 배울 적에 자주 듣던 그 잔소리가 겹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