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조용헌 살롱

만하세병(挽河洗兵)

수로보니게 여인 2008. 4. 10. 20:08

 

 

         

 만하세병(挽河洗兵)

20년 넘게 여기저기를 답사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몇 가지 장비를 휴대하게 되었다. 첫째 망원경이다. 주변 30리 산세를 한눈에 조망하는 '풍수'를 알게 되었다. 풍수를 알면 30리 밖에 있는 산세도 눈에 들어온다. 둘째 현미경이다. 한자(漢字)가 바로 현미경이다. 비문과 기왓장, 또는 문헌에 나와 있는 글자를 해독하려면 어느 정도의 한문 실력이 필수적이다. 셋째는 그물이다. 어떤 유적지는 투망을 해서 통째로 잡아내야 하는 곳도 있다. 그물에 해당하는 것은 문사철(文史哲)과 유불선(儒佛仙)이다. '문사철'과 '유불선'이라는 그물을 던지면 허탕은 없다. 하다못해 한두 마리 고기라도 잡히기 마련이다.


넷째는 표창이다. 표창 던지기는 목표물에 적중시키기가 어렵다. 그 대신 과녁에 한번 맞았다 하면 파괴력이 대단하다. 표창에 해당하는 것은 사주(四柱)와 관상(觀相)이다. 표창은 어쩌다 한 번 사용해야지 자주 던지면 위험 부담이 크다. 다섯째 드릴도 있다. 샤머니즘에 대한 지식이 바로 드릴에 해당한다. 밑바닥을 깊게 뚫고 들어가야 할 때는 드릴을 사용한다. 이상의 병장기를 휴대하고 통영의 '세병관(洗兵館)'을 찾았다. 충무공의 전공을 기념하기 위해 1603년 세워진 곳이다.


첫눈에 그 작명이 예사롭지 않다. 안내판을 보니 '세병(洗兵)'이라는 말은 두보(杜甫)의 시, '만하세병(挽河洗兵·은하수를 끌어다가 병기를 씻다)'에서 유래한 대목이라고 나온다. 전문가는 '두보의 어떤 시에서 유래하였는가?'까지를 알아야 한다. 주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아는 사람이 없다. 인터넷 검색에도 안 나온다. 별수 없이 자료를 직접 뒤져야 한다. 두보의 시는 대략 1000수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일본도서(日本圖書) 출판사에서 나온 '통국역한문대성(統國譯漢文大成)' 전집에 수록되어 있다. 두보의 시만 그 분량이 4권이나 된다. 몇 시간 동안 4권을 모두 검색하였지만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국내에서 나온 '두시언해초'(李丙疇)를 찾아보니 드디어 80번째 항목인 '세병마(洗兵馬)'의 마지막 구절에서 이 대목이 나온다. "안득장사만천하(安得壯士挽天河) 정세갑병장불용(淨洗甲兵長不用)." "어떻게 하면 힘센 장사를 얻어 하늘의 은하수를 끌어다가, 병기를 씻어내어 길이 사용하지 못하게 한단 말인가!"                       
                                                  
2008.04.09 23:06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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