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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막인생

수로보니게 여인 2008. 3. 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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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막인생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자살의 길로 가는 사람이 있고, 어떤 부류는 산으로 간다.
산으로 갈 때는 혼자서, 빈손 쥐고, 맨몸으로 간다.
엊그제 산에서 만난 김재묵(46)씨는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이 없자, 마침내 90년대 초반에 빈손 쥐고
무작정 지리산으로 들어간 경우였다. 산청군 중산리 지리산 산골에 들어가 천막을 치고 살았다.

동네 사람들이 불쌍하게 여겨 김치도 가져다 주고, 된장도 가져다 주는 바람에 굶어 죽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네 사람들을 따라 약초를 캐러 다녔다. 약초꾼은 보통 아침 6시에 일어나 천왕봉으로 올라갔다.
약초꾼은 2시간이면 거뜬히 올라간다. 천왕봉에서 영신대를 거쳐 세석산장 쪽으로 가면서 약초를 캤다.
바위 절벽이 험한 곳일수록 등산객이 올 수 없으니까 약초가 많았다고 한다.

꾼들도 또한 보이지 않는 구역이 있다.
남의 구역을 침범해서 캐면 안 된다.
지금은 불법이지만 당시에는 당귀, 야생황기, 상황버섯, 흑지(영지의 왕), 송이 등을 캐면 수입이 좋았다.
반야봉과 토끼봉 중간쯤에는 빨치산 대장을 하던 이현상이 거처하던 굴이 있다고 한다.
이 굴이 명당이다. 굴 앞에는 10m쯤의 넓은 마당바위가 깔려 있어서, 생활하기에도 편리할 뿐만 아니라,
안에서는 밖의 상황을 조망할 수 있지만, 밖에서는 이 굴이 노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약초를 캐다가 피곤하면 이 굴에서 쉬곤 한다.
만약 숲 속에서 길을 잃으면 가지고 다니던 2m 크기의 비닐로 천막을 치고 숲 속에서 잔다.
밤에 길 찾는다고 무리해서 헤매고 다니면 기진맥진한다. 가장 어려운 경우는 산속에서 멧돼지를 만나는 일이다.
무게가 500~600㎏이나 나가는 엄청난 크기이므로, 인적 드문 산속에서 정면으로 맞닥뜨리면 기절할 정도이다.
이럴 때는 살금살금 움직이면서 기침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면 사라진다.
멧돼지는 당귀가 많이 나는 곳에 자주 나타난다.
당귀가 많은 곳은 주로 습토(濕土)이므로 멧돼지가 흙사우나를 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는 6년간 지리산 생활을 하면서 좋은 약초를 많이 먹고, 지금은 완전히 원기를 회복하였다.
현재 영광군 불갑면 야산에서 산양삼(山養蔘)을 재배한다.
 
                                                                                              2008.03.05 23:14 조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