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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신춘문예]동화, 동시, 시조

수로보니게 여인 2008. 2. 19. 15:58

 

                                                                                                 [2008 신춘문예]

염전에서 

     시조 당선작/김남규 


오늘도 서산댁은 낮은 바다 막고 선 채
뒤축의 무게로 새벽 수차를 돌린다
바람은 빈 가슴 지나 먼 바다를 일으키고

지친 오후 밀어내고 살풋 잠이 들자
잠귀 밝은 수평선 해류 따라 뒤척이며
뒤틀린 창고 이음새, 덴가슴도 삐걱인다


남편은 태풍 매미에 귀항하지 못했다
소금기 절은 목숨 몇 잔 술로 달랠 때
눈시울 노을로 번져 잦아드는 썰물빛


설움으로 풍화된 닻 말없이 내려두고
무명의 소금봉분, 메다 꽂힌 삽자루여
가슴엔 뱃고동 소리 야윈 달이 차오른다  


◆당선소감… 시조로 소외된 사람들 어루만질 수 있다면…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5년 전이었습니다. 대학교 중간고사 대체로 나간 시조백일장에서 난생 처음 쓴 시조로 우연히 상을 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습작하고 있는 시조는 김용택 시인의 말처럼 어쩌면, 시가 스스로 걸어서 제게로 온 듯합니다.

밤마다 수없이 울음을 삼켜가며 수십 번, 아니 수천 번 포기를 생각했었지만,

이제야 왜 제게 시조가 걸어왔는지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었습니다.

이 젊은 날의 힘겨움을 시조로 이겨내라는 이지엽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에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가진 자와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역사라면, 못가진 자와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문학이라고 선생님께서 늘상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감히 소외된 자를 어루만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며 지금도 망설이고 있습니다. 고통 받는 자의 아픔은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소중한 작업이 그들에게 뜨끈한 밥 한공기 되진 못해도, 그들을 기억하는 눈물 한 방울은 될 수 있으리라 입술을 지그시 깨물어 봅니다.

저에게 문학을 힘으로 삼고 살아가라는 경기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님들과 문예창작과 교수님들, 그리고 제가 이 땅에 굳건히 서있을 수 있게 해주는 가족들과 이지엽 선생님, 사랑하는 이들에게 영광을 돌리며, 끝으로 아직 너무나 부족한 저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1982년 충청남도 천안 출생
▲2003년 제 4회 전국 가사·시조 창작공모전 일반부 우수상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년 재학중

 

◆심사평… 빈틈 없는 구성… 시적 감도 높여줘 / 이근배 시인

새벽의 언어를 캐기 위하여 밤을 밝혀온 생각들이 시조의 높은 가락을 뽑아 올리고 있다.

신춘문예의 벽을 오르기 위해 모국어의 틀 속에서 오늘의 삶을 깎고 다듬는 손길들이 섬세하고 맵차다.

더욱 반가운 것은 응모작품들이 거의 고른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음이다. 시조가 지니고 있는 시적 구성요소를 잘

체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주 자재롭게 글감을 찾고 거기 맞는 가락을 짜내는 일에도 능숙한 작품들이 많았다.


‘염전에서’(김남규), ‘눈속의 새’(황성곤), ‘그 해 겨울 갯벌에서(송이나), ‘감나무 합창’(한을비), ‘풀씨이야기’(유순덕), ‘겨울 쑥부쟁이’(임채성)등이 마지막까지 밀고 당기었다.

‘눈속의 새’는 새 맛내기로는 단연 앞섰다. 그러나 관념의 과잉이 의미의 실상을 보여주는 데는 미흡했다.

‘그 해 겨울 갯벌에서’는 우선 제목이 주는 추상성이 걸린다.

“그 해 겨울”이면 “갯벌”의 지명도 따라야 하지 않을까? 평시조의 시행을 산문형으로 이어나간 것도 거슬렸다.

‘감나무 합창’은 너무 정직하게 형식미를 지킨 것이 오히려 시를 답답하게 가두고 있다.

시조의 형식은 고체가 아니라 액체임을 깨우치기 바란다.

‘겨울 쑥부쟁이’는 시를 구성하는 맛이 탄탄하다.

그러나 진술적 낱말들이 자주 튀어나온 것이 시의 감도를 떨어트리게 했다.

치열한 다툼 끝에 ‘염전에서’에게 낙점을 주었다.

당선작은 왜 시조를 쓰는가에 대한 답을 알고 찾아낸 글감에 대해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말을 꿰고 있다.

“오늘도 서산댁은 낮은 바다 막고 선 채”의 첫 수 초장에서 “가슴엔 뱃고동소리 야윈 달이 차오른다”의 마지막 수 종장까지 소금밭을 배경으로 “서산댁”을 내세운 삶의 포착을 외연성과 내포성이 알맞게 결구하여 시조가 갖는 시적 감도를 높여주고 있다. 더욱 정진하시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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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길

          동시 당선작/ 김영민


       햇살이 놀고 있는데


       〈나도〉
       〈나도〉
       〈나도〉
       민들레가 끼어들었다.


       〈나도〉
       〈나도〉
       〈나도〉
       개나리가 끼어들었다.


       〈나도〉
       〈나도〉
       〈나도〉
       벌, 나비도 끼어들었다. 


       어서 와
       어서 와.

 

  ◆당선소감… 늘 배우는 자세로 쉽게 읽히는 작품 쓰고파 / 김영민씨
초등학교 3학년 때 문예반으로 처음 시작한 시 쓰기가 햇수로 세어보니 18년 째, 신춘문예 응모가 어느덧 7년 째였다.
운문은 동시뿐만 아니라 시, 시조도 모두 써보았는데, 해마다 응모하고 낙선하는 일이 반복돼온 터라 갑작스레 날아온 당선소식에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번 작품은 오래 전에 써 놓은 것을 다시 손 본 것인데, 주위에서 내가 시 쓰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참 신기하다며 웃곤 했다.
계속 문학의 언저리를 시작(詩作)으로 맴돌았던 것은 여러 방면에 고루 통하는 사람이 되라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을까. 늘 배우는 자세로 쉽게 읽히는 작품을 쓰고 싶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조선일보사에 감사를 드리며, 언제나 내게 최고의 가르침을 주시는 부모님께 이 영광을 돌린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린다.

▲1982년 서울 출생
▲새싹회 주최, 제16회 전국어린이건강글짓기대회 동시 부문 금상
▲문학사상사, 제4회 청소년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상
▲제19회 만해백일장 시 부문 가작
▲서울대 법대 졸업. 사법시험 2차 준비 중


◆심사평… 단순 명쾌하고 童心 잘 깃들어 있어/ 박두순 아동문학가

동시는 ‘동심 읽기’를 잘 해서 써야 한다. 좋은 시적 표현에다 동심이라는 옷을 잘 입혀야 한다.

그래서 동시는 특수한 문학 장르이다. 그 때문에 동시는 아무나 쓸 수 있는, 아무나 쓰는 글이 아니다.

무르익은 시 쓰기 능력을 가져야 좋은 동시를 빚을 수 있다.

동심이란 무엇인가? 때 묻지 않은 순진무구한, 인간 원형질적인 마음이다.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그런 심성이 제대로 살아 있다. 그런 심성은 단순함에서 온다.

어린이는 단순하다. 단순한 것은 명쾌해 보인다. 따라서 동시는 단순명쾌한 것이 특징이다.

응모작 1000여 편 중에서 이런 특성에 부합되는 5명의 작품을 골라냈다.
‘봄길’ 외 3편(김영민), ‘하지 말랬지’(정성희), ‘주인공’(이미강), ‘우리 엄마는’(김규학), ‘사랑’(지신혜)은 단순명쾌해 읽기에 저항감이 없었다.

동시가 단순명쾌하려면, 시적 스토리와 주제의 분명함에다 압축 절제돼 있어야 하고, 동심이 깃들어야 한다.

이런 요소에 가장 근접해 있는 김영민의 작품 4편 중 ‘봄길’을 당선작으로 올린다.

시어 하나만 빼 버려도 시가 와르르 무너질 정도로 압축, 절제돼 있다.

따듯한 햇살이 내리는 봄 들길에 민들레 개나리꽃이 피고, 벌 나비가 날아오는 광경이 산뜻하게 그려져 있다.

잘 어울리며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모습이다.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감각적인 시가 이런 의미에 둘러싸여 오히려 빛난다.

‘나도’ ‘끼어들었다’ ‘어서 와’ 같은 시어로 동심 읽기에도 소홀함이 없다. 이게 이 신인의 역량이다.

정진해, 동시문학의 탑 쌓기에 돌 하나 얹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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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신춘문예]


깜나리 


                 동화 당선작/장보영

 

 

“교무실에 새로 온 여자애가 있는데, 좀 이상해!”

“뭐가?”

“얼굴이 까매.”

“그게 뭐야. 얼마큼 까만데? 너만큼? 너도 까맣잖아.”

“야, 죽을래?”

나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누가 전학을 오든 상관없다. 그저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지금 다니는 이곳 햇살학교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있다.

왜 이 시골 촌구석까지 와서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 같은 문제아는 없어 보인다.

나는 서울에 살다 왔다. 서울 선생님은 나를 문제아라고 불렀다.

아이들을 괴롭히지도 않았는데 툭하면 부모님을 불러오라고 했다.

난 그냥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집에 가고 싶을 때 간 것뿐이다. 이게 문제라면 문제였나 보다.

그래도 지금은 좀 편하다.

선생님께 미리 말씀만 드리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웬만큼 할 수 있다.

오늘은 어젯밤 12시까지 만화책을 봤으니 하루 종일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전학 온 친구가 있어요. 한수도 잠깐 일어날래? 새 친구한테 인사는 해야지.”

나는 할 수 없이 머리를 들었다.

아이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앞을 보니, 웬 여자애가 서 있었다. 얼굴은 까무잡잡하고 눈이 커다란, 우리와는 뭔가 다른 아이였다.

                                                                                                                                             ▲ 그림=이우일


“안녕? 난 김나리야.

늬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아니깐 미리 얘기할게.

우리 아빠는 필리핀 사람이고 엄마는 한국 사람이야. 물론 나도 한국 사람이고.

얼굴만 이렇지, 국어도 잘하고 김치도 잘 먹으니깐 잘 지내보자.”

김나리는 커다란 갈색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뭐야, 쟤는. 살다보니 별 희한한 사람을 다 본다.

“나리도 별명 지어야지. 전에 불리던 별명은 없니?”

선생님이 물었다.

우리 4학년 노을반은 모두 이름표에 별명을 쓴다.

내 별명은 ‘나무늘보’다. 만날 잠만 잔다고 아이들이 붙인 것이다.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그리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조금 전까지 당당하던 그 아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큰소리로 말했다.

“깜나리입니다.”

교실은 이내 웃음바다가 되었다.

“깜나리? 으하하하.”

“그냥 까마귀로 해라.”

선생님이 손바닥으로 교탁을 두드렸다.

“자, 자. 이건 어떨까, 나리가 좀 까맣고 살결도 고우니까 ‘흑진주’로 하자.”

그렇지만 이후 나리를 흑진주라고 부르는 아이는 없었다.

“안녕, 깜나리?”

“깜나리, 지우개 좀 빌려줘.”

그렇게 그 아이는 깜나리가 되었다.

왜 그런 걸 말해서 스스로 놀림감이 된 건지.

어쨌든 깜나리든, 흰나리든 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넌 왜 얼굴이 까매?”

“까맣다니.

이건 커피색이야. 아빠 얼굴은 맥심 색이고 엄마 얼굴은 프리마 색이니까 당연히 난 커피색이지.”

깜나리와 아이들 곁을 지나다 나는 피식 웃었다.

저 애는 자기 얼굴이 창피하지도 않은가 보다.

학교 뒤 텃밭에 토마토를 심고 돌아가던 날이었다.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깜나리였다.

“같이 가자. 너도 이레 마을 살지? 나도 거기 살아.”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그 아이는 혼자서 조잘대기 시작했다.

“토마토가 정말 열릴까? 진짜 신기하지 않냐?”

“그저께 엄마랑 콩 심었는데, 새들이 쪼아 먹을까봐 땅 속에 꼭꼭 숨기느라 엄청 힘들었어.”

어느덧 마을 입구를 지나고 두 갈래 길이 나왔다. 나는 입을 열었다.

“난 이쪽으로 간다.”

깜나리가 갑자기 펄쩍 뛰며 박수를 치는 바람에 나는 깜짝 놀랐다.

“이야, 드디어 최한수가 말했다. 난 네가 벙어리인 줄 알았다야.”

어째서 이 아이는 자꾸 오버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난 간다. 안녕.”

“잠깐, 나도 이쪽이라고.”

집 앞까지 오는 내내 시끄러웠다.

깜나리의 집은 우리 집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아, 앞으로 좀 귀찮아질 것 같다.

깜나리는 아침마다 우리 집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나는 더 일찍 일어나 먼저 가버리거나, 늦잠을 핑계로 보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하굣길은 피할 방법이 없었다.

그 아이는 혼자서 신나게 떠들고, 나는 먼산을 보며 머리를 긁곤 했다.

“아빠는 필리핀 사람이야” 당당하게 말하던 여자아이

갑자기 이틀이나 결석… 용기 내어 집으로 찾아갔더니 

그러다 처음으로 나리가 아침에 찾아오지 않았다.

나는 모처럼 참 조용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먼저 학교에 갔다.

그 아이의 결석에 선생님은 아무 말이 없었고, 아이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도 그랬다. 그렇게 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이 뭔가 이상했다.

개울을 건너면서 그 이유를 깨달았다.

개울을 건널 때 옆으로 슬쩍 보이던 그림자가 오늘은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왼쪽 귀를 내내 시끄럽게 했던 그 아이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없으면 없는 거지 왜 기분이 이럴까.

저기 깜나리의 집이 보인다. 한 번 찾아가 볼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괜히 낯설어서 얼른 집으로 들어갔다.

이틀이 지나도 깜나리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집 앞에 섰다.

대문을 두드려도 아무 대답이 없다. 슬며시 밀어보니 끼이익 열린다.

어두운 거실에는 풀지 않은 이삿짐 박스가 쌓여 있었고 바닥은 신문지나 라면 봉지 따위로 지저분했다.

“저….”

“엄마야?”

깜나리가 정신없이 방에서 뛰어 나오다가 나를 보더니 우뚝 섰다.

나도 놀랐다. 그 아이의 까만 얼굴이 온통 젖어 있었던 것이다.

말없이 마주 보고 서 있는데 갑자기 깜나리가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우, 울지 마….”

어깨를 떨며 울던 그 아이가 잠시 뒤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

“최한수가 먼저 말을 걸다니 별일이네.”

깜나리는 천천히 일어나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일단 나가자.”

깜나리가 내 소매를 잡아끌었다.

도착한 곳은 큰길 버스 정류장이었다.

우리는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내가 지금 누구와 함께 앉아 있다는 것이 낯설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늘 혼자였는데 이 아이를 만나고부터 자연스럽게 ‘함께’라는 것에 적응하게 된 것 같다.

“엄마가 집을 나갔어.”

깜나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당신하곤 도저히 못 살겠어… 내가 왜 여기서 이런 고생을 해야 돼? …나리 봐서라도 참으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말일까.

“엄마가 밥 먹듯이 했던 말이야.

난 있지,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어….”

깜나리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작은 어깨가 조금씩 들썩인다.

“깜나리.”

나의 말에 작은 어깨가 이젠 부르르 떨린다.

윽, 실수! 일단 위로라는 걸 해야겠다 싶어서 입을 열었는데 왜 하필이면 이 소리였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 아이를 불러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너 진짜 웃기다.

그래, 나 깜나리다. 그치, 이 깜나리가 이렇게 울고 있으면 안 되지.”

깜나리는 벌떡 일어나 두 팔을 쭉 펴고 큰 소리로 웃었다.

“나도 엄마 없어.”

나의 말에 깜나리는 웃음을 멈추고 나를 빤히 보았다.

“그러니깐, 나도 네 맘 쪼끔 안다고.

그러니 마음껏 울어.”

다음 날 아침,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깜나리였다. 나는 가방을 들고 나갔다.

“그럼 나도 이제 너처럼 암말 안 하고 잠만 자게 되는 거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나는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솔직히 말해봐.

너 정말 혼자 있는 게 좋아? 아니지? 근데 왜 만날 폼을 잡니?”

“폼이라니!”

“애들은 너랑 친해지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난 있지, 예전부터 애들이랑 너무 친해지고 싶었는데 늘 나를 피하더라.

그래서 친구들 대하는 것도 자신이 없어.”

“웃기시네.”

내 말에 깜나리는 조금 놀란 모양이다.

“넌 몰랐는지 모르겠는데, 넌 내가 지금껏 본 애들 중에서 제일 정신없어. 말도 많고. 어휴.”

“뭐야?”

나는 슬쩍 웃으며 먼저 교실로 뛰어 들어갔다.

“와아, 깜나리 왔구나!”

왁자지껄 소리치며 나리에게로 모여든 아이들을 보며 슬며시 미소지었다.

모두들 잠잠한 듯 보였는데 나처럼 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원래 마음 깊이 내려간 생각은 입으로 나오기 더 어려운 법이라서 조용했나보다.

며칠 뒤 미술시간에 ‘웃고 있는 친구 그리기’를 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크레파스를 집어 얼굴을 그렸다.

갈색, 아니 커피색이었다.

“이건 누구야?”

“이거? 최한수야.”

뒷줄 친구들이 나누는 얘기에 나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 친구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요즘 자주 웃는 것 같아 보기 좋더라고.”

내가 그랬나?

긁적이며 고개를 돌렸는데 어느 새 깜나리가 와서 내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앞에서 모델을 서든지 해야지 원. 날 그리는 애들이 꽤 많은 거 알아?”

“너 진짜 웃긴다. 이게 넌 줄 어떻게 아냐?”

난 시치미를 잡아떼었다.

그 아이는 빙긋이 웃으며 놓여 있던 크레파스를 집어 들었다.

“이걸로 매력적인 내 피부를 다 표현할 순 없겠지만, 뭐 원한다면 모델 해줄게.”

나 참, 기가 막혀서.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폼을 잡고 앉은 깜나리를 보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러니 내가 웃지 않을 수가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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