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 그렇지'라는 말로 올해 여름을 수식하기에는 그 표현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너나 할 것 없이 된더위 속을 통과하고 있겠지만,
삼복더위에도 땀 흘려본 적이 거의 없는 나도 정말 땀을 많이 흘리며 이 계절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참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다.
그 유쾌해진 마음을 그냥 넘기기 아쉬워 몇 컷 사진과 함께 적바림해 두려 한다.
킹벤자민에 열매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나는, 며칠 전 이 귀여운 열매를 처음 발견하고는 속으로 '이것이 뭘까'
듣도 보도 못한 열매이기에 정말 이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약 일주일 전 쯤 발견 당시는 연 녹색이었는데,
하루
이틀
사흘,
날이 더해지며 점점 노란 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희귀하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기도 해서 어제 저녁 내 검색을 해 보았다
대개는,
이 앙증맞은 열매를 처음 본 사람들이 나처럼 희귀하게 여겨 올려 놓은 글과 사진이었고,
벤자민의 생명이 다해가고 있음의 징조라는 유쾌하지 않은 말도 있어 마음 한 쪽이 서늘해졌지만,
어떤이의 '치매 엄마로 인해 형제들의 관계가 소원했었는데, 자신의 집 킹벤자민 나무의 열매가 처음 열린 후
형제들의 관계가 회복되었고 자신의 엄마는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가셨다.'라는 말에 스스로 뇌의 스위치를 켰다.
그리고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오늘 아침 영양제 한 대에 잎사귀까지 물을 흠뻑주었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 담아
예쁜 열매 몇 개로 나의 기분을 한 뼘업시켜주는 나무는 지난 해 초여름 내게로 왔다.
아기자기한 맛도 없고 키만 커다랗게 , 그저 그 자리에서 베란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요넘은
지난해 한 시즌 같은 셀이었던 박ㅇㅇ 자매가 이사하면서 주었는데 키가 하도 커서 옮겨오느라 고생을 좀 했던 나무이다
올 때는 비실비실하던 나무가 잎이 무성해지면서 가지가 온통 제집인 양 멋대로 뻗어 나가,
4월에는 무성한 잎을 달고 있는 가지를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쳐주기도 했었다.
거의 물만 먹고도 잘 자라던 각양 화초들이 때가 되면 저마다의 자태와 빛깔의 꽃을 피워 기쁨을 주었는데,
된 여름 속을 지나며 온도 때문인지 하나 둘 녹아내리고,
떨어진 꽃잎이 가을 아닌 가을의 쓸쓸함으로 내려 앉아 바쁜 손을 빼앗아 한 가지 일을 더해주던 요즈음
빈 화분이 하나 둘 더해지면서 나도 따라 마음이 녹아내리는 거 같은 기분이었었다.
조기 뒤에 보이는 관음죽도 올라온 새순이 피어나질 못하고 잎이 점점 갈색이 되어가고 있어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게 아니다
'아침고요수목원' 안내 선생님 왈, 10년 만에 꽃을 피운다는 '호야',
요것은 지난해 8~9월 동안 핑크빛 별모양 꽃을 총총히 달고 기쁨을 선사했었는데, 올해는 아직 꽃대가 보이지 않고
(이 글을 쓰며 검색을 해보니 나의 실수 '꽃대를 잘라버렸다. 꽃 떨어진 대가 지저분하다고 생각되어- 부지런한 것이 탈)
암튼, 예전보다 분갈이도 많이 하고,
며칠 전엔 5년이 넘도록 볼 때마다 그 잎의 푸르름으로 이름값을 하던 '해피트리'까지 내려앉아 마음이참 그랬었는데
앙증맞은 열매 스물한 개를 열어 그 마음자리를 채워준 킹벤자민이 귀하고 고맙기 이를데 없는 마음이다
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의 나무' 가지를 몇 개 더 달아준 킹벤자민을,
'처음'의 설렘과 신기함으로 다가온 귀여운 열매와 함께 오늘의 적바림을 스케치한다
'—…³οο ı ĿØЦЁ УØЧ > ´˝˚³οο ı Łονё 旅程'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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