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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지막 10년' 행복 비결

수로보니게 여인 2014. 9. 9. 20:38

[한국인의 마지막 10년] [2부] 유효자 할머니 "떡집·커피숍… 온동네가 내 무대"… 윤견자 할머니, 종일 거실에서 "에고고"

  • 성남·용인=김정환 기자
  • 입력 : 2014.09.06 03:05

    [6] '마지막 10년' 행복 비결
    ①연골 - 무릎 상태 다른 두 할머니의 하루 비교해보니

    전문가들은 마지막 10년을 행복하게 보내는 비결로 ①연골 ②관계 ③할 일을 꼽았다. 오늘은 첫 번째 연골 차례다. 60세 이상 한국 남성 58%, 여성 72%가 관절 관련 질병을 앓고 있다. 취재팀이 수도권 아파트촌에 가서 사는 형편과 가족관계가 엇비슷한데 오로지 무릎 상태만 다른 두 할머니의 일과를 비교했다.

    [연골 성한 70세 유효자 할머니]

    계단도 성큼… 기자보다 빨라
    "평지 자주 걷고 운동이 습관, 나이 먹으니 연골이 행복 척도"

     

    
	무릎이 튼튼한 유효자 할머니가 5일 인근 커피숍에 저녁 산책 하러 나갔다 집에 가려고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고 있다
    무릎이 튼튼한 유효자 할머니가 5일 인근 커피숍에 저녁 산책 하러 나갔다 집에 가려고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고 있다. /이진한 기자

    유효자(70) 할머니는 "나는 걷고 장 보는 게 취미"라고 했다. 어찌나 활기차게 걷는지 백마부대에서 군 복무한 28세 기자가 먼저 지쳤다. 취재팀과 만난 날 할머니는 한 손에 더덕 봉지를 들고 있었다. 아침나절 시장에서 샀다고 했다. 할머니는 이내 "떡집에 볼일이 있다"며 집 근처 미금역에서 성남시 정자동 안촌유치원 부근 단골 떡집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28세 청년보다 빨리 걸었다

    할머니는 탄천길을 따라 15분쯤 걸어가며 "땀난다"고 했다. 도중에 10여 차례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몸도 풀었다. 20대처럼 경쾌하게 앞서가더니 뒤처진 취재기자를 돌아보고 미안해했다. "할머니 따라다니느라 고생이 많네요, 호호."

    역에서 떡집까지 2.3㎞ 걷는 데 30분도 안 걸렸다. 할머니는 떡집에서 가래떡·시루떡·만두를 장바구니에 담고, 근처 수퍼에 들러 고추장 담을 엿기름가루 2㎏을 샀다. 이어 마을버스 타고 서현역 근처 서점에 가서 전자계산기를 구입했다. 쪼그려앉아 가격표를 확인하고 무릎을 바닥에 댄 채 물건을 골랐다. 할머니는 지하철 역 주변 길을 택시 기사보다 잘 알았다. "누가 길 물어보면 내가 다 가르쳐줘요. 다 걸어본 길이거든."

    아이돌 춤도 따라서 춘다

    할머니는 매일 오전 5시 일어나 불경 공부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8시 30분쯤 아침 먹고, 지하철로 서울 양재동 한의원에 가서 어깨에 침을 맞는다. 치료가 끝나면 가까운 커피숍에서 블랙커피에 달콤한 빵 한 조각을 먹는다. 점심 후엔 본격적으로 장을 본다. 꼭 큰돈 쓰는 나들이가 아니라도 "이런 게 다 사는 재미"라 했다.

    할머니의 활동 반경은 '전국'이었다. 무료할 때면 불쑥 버스 타고 전국 방방곡곡 장터를 찾았다. "지난가을엔 전남 구례에 장 보러 갔다가 인근 절까지 구경하고 사흘 만에 왔어요."

    집에서 음악 방송 보다가 아이돌이 나오면 그들이 추는 춤을 따라서 췄다. 웬만한 10대 청소년만큼 아이돌 이름을 꿰고 있었다. "예전에는 슈퍼주니어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댄스 가수 인피니트와 샤이니 온유를 좋아해요." 할머니는 청춘스타 김우빈의 팬이었다. 드라마에 김우빈이 나오자 손녀에게 후딱 문자 보냈다. '얘, 우빈이 나왔어. 빨리 TV 틀어봐.'

    걸어야 행복하다

    할머니는 대전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다. 동창 8명과 매달 정기 모임을 한다. 젊어선 '좋은 남편 만났나' '자식들이 공부 잘하나'가 행복의 척도였다. 지금은 '연골이 성하냐' 여부가 더 중요했다. "친구들 볼 때마다 안타까워요. 어떤 애는 허리가 나빠서 구부정하고, 어떤 애는 무릎이 아파서 비틀거리고…. 나이 먹어서 집에만 있는 친구들 보면 자꾸 아픈 데가 늘어요."

    연골을 튼튼하게 유지하려면

    관절 전문가인 서동원 분당 바른세상병원 원장이 유 할머니의 일상을 관찰하더니 "이분은 젊었을 때부터 꾸준히, 바르게 운동해온 분"이라고 했다. 똑같은 '걷기'라도 평지를 가거나 계단을 오르는 건 연골에 도움이 된다. 산길이나 계단을 내려오는 건 오히려 해롭다. 할머니는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지만 부담이 갈 만큼 무리하진 않았다. 서 원장이 "사소한 생활 습관과 운동 습관이 수십년 차곡차곡 쌓인 끝에 큰 차이를 빚는 게 연골 건강"이라고 했다.

     

    [연골 아픈 69세 윤견자 할머니]

    "무릎 아프니 허리디스크에 고혈압·당뇨까지 와"
    거실서 자고, 쉬고, 친구 만나 "젊을 때 자주 쪼그려 앉아서…"

    "연골 수술 후 딴 사람 됐어요"
    "무릎 낫고 고혈압·당뇨 좋아져… 손주 유치원 버스도 태워줘요"

    
	윤견자 할머니는 “무릎이 아파 ‘차라리 죽으면 좋겠다’ 싶을 때마저 있다”고 했다. 무릎이 나은 뒤엔 “매일 산에 간다”며 웃었다. /이진한 기자
    윤견자 할머니는 “무릎이 아파 ‘차라리 죽으면 좋겠다’ 싶을 때마저 있다”고 했다. 무릎이 나은 뒤엔 “매일 산에 간다”며 웃었다. /이진한 기자

    혹시 유효자 할머니는 무릎과 상관없이 원래 밝은 사람 아닐까? 그래서 이번엔 무릎이 아픈 다른 할머니를 수소문해 무릎 수술 하기 전후, 두 차례 만나봤다.

    연골이 망가질 때 웃음도 사라졌다

    작년 12월 처음 만났을 때 윤견자(69) 할머니는 미간을 찡그리고 현관문을 열어줬다. "다리 땜시 일어나는 것도 버겁당께."

    당시 할머니는 양쪽 무릎 연골이 다 닳은 상태였다. 특히 왼쪽 무릎은 너무 쑤셔서 아예 굽히지 못했다. 젊은 시절 여러 해 동안 쪼그려 앉아 농사를 짓고, 무릎이 삐끗하도록 무거운 물건을 자주 든 게 화근이었다.

    빨래를 널거나 손주들 장난감을 치울 때, 할머니는 왼쪽 다리를 뻣뻣하게 편 채 힘들게 허리를 굽혔다. "무릎이 나가면 무릎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더라고. 이것 때문에 허리 디스크까지 와부렀어." 할머니는 손자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러 엉금엉금 빙판길을 걸어갔다. "나는 세상에서 눈(雪)이 제일 겁나."

    할머니의 활동 반경은 어느 정도일까? 할머니는 눈앞의 거실을 가리키며 "여그가 내 생활무대여" 했다. 방 세 칸짜리 아파트(90㎡)의 4분의 1쯤 되는 면적이었다. 할머니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거실에서 빨래를 개고, 거실에서 낮잠을 잤다. 자주 만나는 유일한 친구가 앞동 사는 진명례(66) 할머니였다. 두 사람은 날마다 이 거실에서 서너 시간씩 이 얘기 저 얘기하며 먼 산을 봤다.

    "움직이지 못하니 만성 소화불량에 고혈압·당뇨까지 왔어요. 한번씩 병원 가려면,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가 둘 다 연차를 내요. 아들은 나랑 병원에 가고, 며느리는 손주들 보고…. 그게 미안해서 '아프다' 소리도 못 하고 끙끙 앓아요. '차라리 죽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어요."

    완전히 다른 사람

    8개월 뒤 만난 윤 할머니는 전혀 달랐다. '전에 죽고 싶다고 하셨던 그분이 맞나?' 싶었다. 현관문 열자마자 활짝 웃었다. "매실차 줄끄나?"

    할머니는 바지를 걷고 왼쪽 무릎에 난 10㎝ 길이 수술 자국을 보여줬다. 인공관절을 넣은 자리였다. "처음엔 아프더니, 6월부터 상태가 좋아져서 맘대로 굽혔다 폈다 허요."

    할머니 생활 무대는 더 이상 거실이 아니었다. 매일 30~40분씩 아파트 뒤편 야트막한 동산을 오르내렸다. 고혈압·당뇨도 호전됐다.

    손주 유치원 버스 태워주러 나가는 걸음걸이도 활달하고 사뿐했다. "나 오늘 인터뷰 빨리 마쳐야 되는디, 아직도 물어볼 것이 많소? 친구랑 약속이 있어 나가야 되요."

     

    ☞연골(軟骨)이란?

    단단한 뼈(경골·硬骨) 끄트머리 혹은 단단한 뼈 사이에 있는 말랑말랑하고 탄력적인 뼈를 말한다. 크게 관절연골과 연골판으로 나뉜다. 관절연골은 단단한 뼈 끝 부분을 뚜껑처럼 덮고 있는 연골이고, 연골판은 단단한 뼈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해주는 연골이다. 흔히 나이 들어 ‘연골이 닳았다’는 표현을 쓰는데, 관절연골이 망가졌거나 염증이 생겼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