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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박형권

수로보니게 여인 2013. 10. 18. 17:08

입력 : 2013.10.18 03:14

 

은행나무

 

사람 안 들기 시작한 방에 낙엽이 수북하다
나는 밥 할 줄 모르고,
낙엽 한 줌 쥐여 주면 햄버거 한 개 주는 세상은 왜 오지 않나
낙엽 한 잎 잘 말려서 그녀에게 보내면
없는 나에게 시집도 온다는데
낙엽 주고 밥 달라고 하면 왜 뺨 맞나
낙엽 쓸어담아 은행 가서 낙엽통장 만들어 달라 해야겠다
내년에는 이자가 붙어 눈도 펑펑 내리겠지
그러니까 젠장,
이 깔깔한 돈 세상에는
처음부터 기웃거리지도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낙엽 주워 핸드백에 넣는 네 손 참 곱다
밥 사먹어라

―박형권(1961~ )

찬바람에 비로소 뺨이 식는다. 걷었던 소매를 내린다. 나무들도 서둘러 잎들을 내려놓는다. 곧 된서리가 닥칠 것이니까. 이럴 때는 귀가가 늦어진다. 아니 어둠 오는 시간이 빨라진 것인지 모른다. 문 앞에, 아침엔 없던 나뭇잎이 수북하다. 오래 비워둔 집 같다. 잘못 찾아온 집 같다.

그렇다! 오래 비워 두었던 '집'에 홀로 가야 할 때인 것이다. 오래 돌아보지 못한 제 본래 모습을 살펴보고 결국 가야만 할 '집'을 둘러볼 시간이다. 은행나무, 은행잎 모두 내려놓으며 우리에게 내려놓을 것 없느냐고 노란 말들을 저렇게도 많이 쏟아 묻는데 우리는 모두 딴청뿐이다.

만약, 만약에 은행잎 몇 장 내밀며 밥 한 끼 달라는 이 있어 기꺼이 밥 한 상 차려주는 식당 주인 있다면 그 집 크게 흥하리라. 한번 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