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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사람과 협상법

수로보니게 여인 2013. 7. 20. 14:07

협상 高手는 이슈에 집중하고, 下手는 상대를 비난한다

•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입력 : 2013.07.11 03:08

[최철규의 소통 리더십] 까다로운 사람과 협상법

밥 먹으면서 먼저 친해지고 상대편 의사결정에 영향 주는
제3자 '히든 메이커' 활용하고 팀 전원이 한목소리 내야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남북 간의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협상을 피할 수 없듯이, 우리는 까다로운 상대와 협상을 피할 수 없을 때가 잦다. 까다로운 상대를 만났을 때, 당신은 협상할 것인가? 협박할 것인가?

◇첫째, 이슈는 강하게 사람은 부드럽게

협박이 아닌 협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지킬 원칙은 '사람과 문제를 분리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협상 이슈에 대해선 단호한 태도를 취하되, 협상 상대방에 대해선 최대한 부드럽게 대하라는 뜻이다. 협상을 못하는 사람일수록 문제가 아닌 사람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자. 상대가 납품 단가를 15% 깎아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

이때 협상 하수(下手)는 이렇게 말한다.

"아니, 원래 이렇게 비합리적입니까? 합리적인 분인 줄 알았는데, 실망입니다."

반면 협상 고수(高手)는 이렇게 말한다.

"그 제안은 제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라고 느껴집니다."

둘의 차이는 뭔가? 첫째 협상 하수의 말에는 '상대에 대한 비난(비합리적)'이 들어가 있다. 둘째 말에는 '이슈에 대한 비판(무리한 요구)'이 담겨 있다.

남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때마다 북한이 즐겨 쓰는 표현이 있다."그가 악랄하게 헐뜯었다" "그가 얼마나 철면피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등 문제가 아닌 사람(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다. 이런 표현이 늘어날수록 협상의 질(質)은 낮아진다. 일부 보수 단체에서 행하는 '김정은 화형식'도 마찬가지다. 생산적 남북 협상에 도움이 안 된다. 부부 싸움도 그렇다. 화해할 확률이 높은 부부는 이슈를 놓고 싸운다. '왜 늦게 들어오느냐'고. 갈라설 확률이 높은 부부는 사람을 놓고 싸운다. '당신은 왜 항상 그런 식이냐'고.

◇둘째, 히든 메이커(Hidden Maker)를 활용하라

미국 프로 풋볼리그(NFL) 관계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정규 시즌 후 열리는 올스타전에 수퍼스타들이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시즌이 끝나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성적과 관계없는 게임에 나서기 싫다는 게 선수들의 입장이다. 상금과 출전비를 올려봤지만 선수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100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수퍼스타들에게 몇만달러는 감흥을 주지 못했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당신이 협상가라면 어떻게 선수들을 올스타전에 참여시키겠는가? 주최 측은 경기 장소를 하와이로 옮겼다. 그리고 하와이행 가족 항공권과 일주일짜리 최고급 호텔 숙박권을 제공했다. 하와이에서 먹고, 놀고, 즐길거리에 대한 정보도 동봉했다. 그러자 변화가 일어났다. 수퍼스타들이 하나둘씩 출전 의사를 밝히기 시작한 것이다. 이유는 뭘까? 가족, 또는 애인이 나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당신과 하와이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협상학에선 이처럼 상대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제삼자를 '히든 메이커'라고 부른다. 까다로운 상대와 협상할 때 히든 메이커 활용은 너무도 중요하다. 북한과 협상할 때 히든 메이커는? 당연히 중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이뤄진 시점에 북한은 대화 의지를 내비치기 시작했다. 한·중 협력이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된 셈이다. 내가 사랑하는 여성이 나와 결혼하기를 망설인다. 누구를 공략해야 할까? 여성이 결혼을 결심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제삼자는 '엄마'다. 예비 장모의 마음을 얻는 사람이 뛰어난 협상가다.

◇셋째, 밥부터 먹어라

세계적 협상 전문가인 와튼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에게 한국 기자가 물었다. "남북이 협상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그의 대답이 재밌다. "점심을 같이 먹어야죠. 정치 이슈는 피하고 월드컵 얘기만 해야 합니다. 이렇게 스무 번쯤 만나며 서로 알게 된 뒤 협상을 시작해야죠."

'배부른 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1990년대 말 페루와 에콰도르는 국경 분쟁을 겪고 있었다.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 이때 두 나라의 대통령·국방장관·외교장관이 한 원칙을 갖고 만났다. 협상에 들어가기 전, 정치 얘기는 하지 않고 한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서만 말하기로 했다. 가족·취미·스포츠 등. 이런 모임을 가진 후, 현안은 자연스럽게 해결됐고, 두 나라는 1998년 1월에 평화협정을 맺었다. 북한과 조건 없는 비정치적 교류가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다. 협상학에선 말한다. '서로 인간적으로 더 많이 알수록, 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더 많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사진아진다'고.

◇넷째, 원보이스(One Voice)가 중요하다

팀 협상에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일까? 협상 경험이 적은 사람은 '상대가 비(非)이성적으로 나올 때', '상대가 권한이 없을 때'라는 답을 한다. 아니다. 진짜 힘들 때는 '옆에서 엉뚱한 얘기를 할 때'다. 즉, 내 옆에 앉아 있는 우리 팀원이 '적(敵)인지, 아군(我軍)인지' 구분이 안 되는 얘기를 던질 때다. 그래서 중요한 게 '원보이스(one voice, 한목소리)'다. 박근혜 정부 초기,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이슈에 대해 청와대(대화하겠다), 통일부(회담 제의는 아니다), 총리실(대화 제의는 상황을 악화시킨다)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냈다. 우리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대목이다. 유능한 협상팀에는 한목소리만 존재한다.

원칙 협상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핵을 포기해야 경제 지원을 하겠다' 또는 '민간 교류는 정치와 관계없이 지속하겠다' 등 정권이 바뀌어도 변치 않는 원칙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일관성을 가질 수 있고, 서로 신뢰가 쌓인다. 협박은 쉽다. 하지만 그 뒷맛은 쓰다. 협상은 어렵다. 하지만 그 과실은 달다.                      ▲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     

    


입력 : 2013.07.11 03:08

 

협상장에서 해선 안 될 3가지

미숙한 협상가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첫째는 판단(judgement)의 언어를 쓰는 것이다. 작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이 실패한 후 협상에 참여했던 실무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상대의 언론 플레이 때문에)피가 거꾸로 솟는다." "(상대편은) 겉과 속이 다르다." 둘 중에 뭐가 더 잘못된 표현일까? 답은 둘째 표현이다. 협상학에선 상대에 대해 판단하지 말고,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은 나의 주관적 감정이다. 나도 인간인 이상 '분노'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은 상대의 본질에 대한 나의 판단이다. 상대가 나를 '너는 어떤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셈이다. 누군가가 나의 본질을 '낙인' 찍는 일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불쾌한 일이다.

 

나쁜 협상가는 판단의 언어를 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분이군요." 좋은 협상가는 감정의 언어를 쓴다. "약속을 어기시니 화가 납니다."

둘째는 '적극적' 거짓말이다. 협상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내게 유리한 상황이나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하는 거짓말은 마약과 같다. 순간은 좋을지 몰라도 길게 봤을 때 거짓말은 협상을 완전히 망친다. 거짓말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때 상대와 나의 신뢰는 완전히 사라진다. 신뢰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상대가 내게 불리한 정보를 물어오더라도 절대 거짓말하지 마라. 차라리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침묵하라.

셋째는 '귓속말'이다. 팀 협상을 하다 보면 같은 팀원끼리 귓속말을 속삭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귓속말은 상대방으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뭔가 '대단한 음모'를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쉽다. 비록 우리 팀끼리 '협상 끝나고 짜장면 먹을래, 짬뽕 먹을래' 하는 얘기를 나눴더라도 말이다. 귓속말을 할 바엔, 종이에 쓰거나 잠깐 협상을 중지하고 휴식 시간을 갖는 게 낫다. 상대의 신뢰를 얻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