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時調

서해상의 낙조/ ―이태극(1913~2003)

수로보니게 여인 2013. 5. 11. 13:44

[가슴으로 읽는 시조] 서해상의 낙조

정수자 시조시인

입력 : 2013.05.10 23:09

 

서해상의 낙조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둥둥 원구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든다.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이나마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얼리더니

아차차 채운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구름 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 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

(1957년 8월 4일 해군함정 810으로 제주를 찾아 서해 상을 달리다가) ―이태극(1913~2003)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학자 시인 이태극. 그 이름은 곧 현대시조사다. 이론 정립과 창작의 저변 확대로 시조 문학을 오롯이 세웠다. 가산을 털거나 월급을 밀어 넣는 '시조문학' 발간도 37년이나 기꺼이 감당했다. 그 노력과 열정에 힘입어 시조가 이만큼 왔다.

이 작품은 전개가 참 시원하다. 시작부터 터지는 감탄사에 배에 같이 선 듯 선연하다. '물이 끓'고 '구름이 마구' 타는 서해 낙조, 그것도 함에서 본 낙조니 얼마나 장관이었을 것인가. '채운만' 남기고 바다로 뚝 떨어지는 '검붉은 불덩이'! 그렇게 사라져간 해와 웃으며 나타난 '살진 반달', 그 둘이 '어허'와 '아차차' 사이에 있다. 절묘한 감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