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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성산에서/ 김성일

수로보니게 여인 2013. 3. 29. 14:35

[가슴으로 읽는 한시] 봄날 성산에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입력 : 2013.03.28 23:02

 

 

봄날 성산에서

 

누가 우리 살림살이 가난하다더냐?
봄 되면 모든 것이 기이한 것을.


산에서는 붉은 비단 병풍을 치고
하늘은 푸른 비단 휘장을 친다.


바위 스치자 소맷자락에서 구름이 피어나고
술잔을 드니 달빛은 잘람잘람 넘친다.


옛 책을 읽는 것이 으뜸가는 멋
그 좋다는 고기 맛도 잊어버린다.

 

春日城山偶書(춘일성산우서)

誰謂吾生窶(수위오생구)
春來事事奇(춘래사사기)
山鋪紅錦障(산포홍금장)
天作碧羅帷(천작벽라유)
拂石雲生袖(불석운생수)
呼樽月滿危(호준월만위)
古書還有味(고서환유미)
芻豢可忘飢(추환가망기)

 

―김성일(金誠一·1538~1593)

 

선조 때의 명신 학봉(鶴峰) 김성일이 1587년 50세에 지었다. 그전 해 연말에 벼슬에서 물러난 학봉은 안동 서쪽의 낙동강 가에 있는 청성산(靑城山)에 머물렀다. 호사스러운 생활 뒤의 공허함과 우울함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 기분 오래가지 않았다. 봄이 찾아오자 모든 것이 의욕을 일깨운다. 산은 붉은 꽃을 병풍처럼 두르고, 하늘에는 비취빛 휘장을 드리운다. 아침 되어 산에 올라 팔을 휘두르면 구름이 피었다가 흩어지고, 밤 되어 술잔을 들면 달빛이 넘쳐 쏟아질 것만 같다. 공직에서 벗어나자 자연의 하나하나가 더 신기하고 더 새로워 보인다. 책을 읽는 맛이 물리게 먹던 고기 맛보다 더 좋다는 것도 알게 됐다. 힘들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가? 오히려 그 반대다. 봄철의 모든 것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