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국어 바루기

의존 명사의 띄어쓰기

수로보니게 여인 2013. 1. 9. 12:42

 

 

우리 민족의 염원은 통일뿐이다.
그는 가족들에게
뿐만 이웃들에게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대했다.

학생들은 약간 기가 질려서 눈만 말똥거릴
대뜸 반응은 없다.
이름이 나지 않았다
뿐이지 참 성실한 사람이다.


'뿐'이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쓰여서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 또는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조사로 보아 앞말에 붙여 씁니다. 반면에 용언 뒤에 쓰여서 '다만 어떠하거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을 나타내거나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의존 명사로 보아 앞말과 띄어 씁니다. 눈에 띄는 차이는, 앞에 어떤 유형의 말이 오는가 하는 것입니다. '뿐'이 조사일 때는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의존 명사일 때는 동사나 형용사 같은 용언 뒤에서 쓰인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어렵지 않게 바른 띄어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발길 내키는 대로 길이야 있든지 없든지 논틀, 밭틀, 산 벼랑 언덕 위를 닥치는 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나의 버릇이다. <이희승, 먹추의 말참견>
바람이 몹시 휘몰아치고 있었으므로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대기는 차가웠다. <김용성, 리빠똥 장군>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 상관 말고 살자.
부모님에게만큼은 잘해 드리고 싶었는데!

'대로'와 '만큼'도 앞에 어떤 말이 오느냐에 따라 띄어쓰기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문에서처럼 '내키다, 닥치다, 없다'와 같은 용언이 앞에 나왔다면 의존 명사로 판단하여 앞말과 띄어 쓰면 됩니다. 반면, '너, 나, 부모에게'와 같이 체언이나 부사어가 앞에 나왔다면 조사로 판단하여 앞말에 붙여 쓰면 됩니다.

'만'의 띄어쓰기는 조금 복잡합니다. 아래와 같이 시간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서 '동안이 얼마간 계속되었음'을 나타내는 '만'은 의존 명사이므로 앞말과 띄어 씁니다.


친구가 도착한 지 두 시간 만에 떠났다.
도대체 이게 얼마
만인가.


'앞말이 뜻하는 동작이나 행동이 가능하거나 타당함'을 나타내는 '만'도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하는데, 여기에 '-하다'를 붙여서 '~할 만하다'와 같은 꼴로 쓰기도 하지요.

그가 화를 낼 만도 하다.
내겐 그를 저지할
만한 힘이 없다.


그러나 무엇을 한정하거나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만'은 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합니다.

아내는 웃기할 뿐 아무 말이 없다.
어머니는 할아버님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조사 '만'이 '하다'나 '못하다'와 함께 쓰여서 '앞말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내용 정도에 달함'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의 '만'은 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하지만, '하다'나 '못하다'는 동사이므로 '만'과는 띄어 써야 합니다. 즉 '집채만 한 파도'와 같이 띄어 써야 하는 것이지요. 아마도 '집채만한 파도' 또는 '집채 만한 파도'와 같이 써 온 분들이 많을 텐데, 잘 기억해 두었다가 앞으로는 바르게 띄어 쓰시길 바랍니다.

한 아우가 없다고 하는데, 우리 집은 예외인 것 같다.
덩치는 산
해 가지고 하는 짓은 왜 이리 쫀쫀하냐?
그렇게 늦게 가느니 차라리 안 가느니
못하겠다.


끝으로 '마는'의 준말로 쓰인 '만'도 있습니다. 이 또한 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합니다.

집에서 쉬겠다더니 웬일로 나왔니?
나이는 들었지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다.

 
글_ 이대성 | 어문연구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