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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 만나는 詩]삶은 무겁다 무거우면 코끼리 코끼리는 커 내 꿈도 컸었지…

수로보니게 여인 2012. 8. 8. 16:23

 [이달에 만나는 詩]삶은 무겁다 무거우면 코끼리 코끼리는 커 내 꿈도 컸었지…

기사입력 2012-08-08 03:00:00 기사수정 2012-08-08 03:00:00

 

 

 

삶은 느리고 무겁다. 그러기에 지긋이 힘겹다. 갈수록 커지는 일상의 짐을 견디기 위해 조금씩 비대해져버린 나의 육체. 둔중한 몸집을 바삐 굴려도 이 회색도시에 더이상 달콤한 잎사귀는 없다. 나는 엘리펀트맨. 제 한 몸 편히 누일 곳 없어 오늘도 헤매는 도시의 이방인.

‘이달에 만나는 시’ 8월 작으로 이용임 시인(36·사진)의 ‘엘리펀트맨’을 선정했다. 지난달 나온 시인의 첫 시집인 ‘안개주의보’(문학과지성사)에 수록됐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가 에 참여했다.

2006년 가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정보통신기술회사에 다니던 시인은 출근길에 한 남자를 본다. 한 손으로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축 늘어진 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샐러리맨. 시인은 측은한 그에게서 ‘코끼리’를 떠올렸고, 갖고 있던 문예지 여백에 시의 초고를 날려 적었다. “왜곡된 사회에서 변형돼버린 우리의 신체가 떠올랐어요.”


새내기 직장인들은 대개 같은 고민을 한다. ‘이 일이 내게 맞나’ ‘평생 이 일을 해야 하나’ 등등. 시인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고민을 거듭하다 불현듯 “시를 써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 창작교실에 등록했다. “제게 시가 숙명이거나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지’ 고민하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시였던 것 같아요.”

장석주 시인의 사는 이렇다. “실존의 원풍경을 더듬는 상상력의 예민한 촉수가 느껴진다. 삶이 그렇듯 그것을 감싼 세계 역시 낯설고 모호하고 불투명하다. ‘당신’이란 내가 살아보지 못한 낯선 세계가 아닌가 낯설다는 것은 모호하고 위태롭다. ‘당신’이 그로테스크한 것은 그 때문이다.”

이원 시인은 “이용임은 심상까지도 절제된 묘사로 그려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담담한 구조 속에서 ‘맑은 뼈를 세우’는 창문을 보게 하거나, ‘불투명한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투명한 발소리를 들려줄 때, 그만의 톡 쏘는 묘사 맛이 느껴진다”며 했다. “이용임의 프리즘을 통과한 빛은 대상과 이미지 사이의 독특한 영역 속에서 변형된다. 일상을 다루되 기이하게 굴절시키는 이 시인의 남다른 재능은 현실을 더 현실적으로 체감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잊혀진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다시 하게 한다.” 손택수 시인의 이유다.

이건청 시인은 오세영 시인의 시집 ‘마른하늘에서 치는 박수소리’(민음사)를 하며 “화해와 긍정의 정신이 도달한 궁극의 세계를 보여준다. 파멸과 부정에 기대지 않고도 그의 시는 투명한 절정에 닿고 있으며, 일상 현실과 시적 자아를 온전히 합일시킨다”고 평했다. 김요일 시인은 김륭 시인의 시집 ‘살구나무에 살구비누 열리고’(문학동네)를 했다. “‘제대로 늙기도 전에 미치거나 시드는’ 결핍된 생의 비애를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꽃 같고, 별 같고, 밥 같고, 눈물 같은 수작들로 가득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