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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 만나는 詩]콩나물속 ‘일상의 혁명’들이 터진다, 아삭아삭…

수로보니게 여인 2012. 4. 5. 18:45

[이달에 만나는 詩]콩나물속 ‘일상의 혁명’들이 터진다, 아삭아삭… 아삭아삭…

기사입력 2012-04-05 03:00:00 기사수정 2012-04-05 14:11:52

《 매콤한 아귀찜의 감칠맛을 돌게 하는 아삭아삭한 콩나물. 술 먹은 다음 날 아침 말간 국물로 아린 속을 달래주는 시원한 콩나물국. 밥상머리가 허전하자 엄마가 고춧가루와 마늘 다진 것, 소금을 넣고 조물조물해 거짓말처럼 뚝딱 만들어 내놓던 빨간 콩나물무침…. 우리네 식탁의 감초, 그 많은 콩나물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



김선우 시인. 창비 제공

 

‘이달에 만나는 시’ 4월 추천작으로 김선우 시인(42)의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를 선정했다. 지난달 나온 시집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창비)에 수록됐다. 시인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이원 손택수 씨가 추천에 참여했다.

“수년 전 무심코 콩나물 한 봉지를 사들고 슈퍼를 나오는 순간 (시적 영감이) ‘착상’이 됐지요. 콩나물과 관련해 제 몸에 붙어서 살던 기억들이 함께 총화돼 시가 됐습니다.”

강원 강릉에서 살던 김 시인의 어릴 적. 거실 한쪽에 콩나물을 길러 먹었다. 짙은 빨간색 고무 양동이 위에 덮은 까만 천을 젖히면 마치 아기 새들이 먹이를 달라고 고개를 쳐들 듯, 노란 콩나물 머리들은 물 달라고 까치발을 섰다. 그 신선한 역동성. 아무렇게나 쑤셔 담은 까만 비닐봉지 속의 콩나물들은 실은 깨알 같은 성장의 역사다. 폭풍 한 봉지다.



시인은 “우리가 덤덤하게 넘기는 일상 속에는 굉장히 빛나는 혁명적인 순간이 들어 있다. 그 숨겨진 찬란함을 발견하고 삶을 새롭게 보게 하는 것이 바로 시”라고 말했다.

장석주 시인은 “김선우의 시는 가녀린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정념 사이에서 움직인다. 그것들은 몸에 와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루고 연소한다. 이때 그 연소의 질료이자 동력이 되는 게 고통과 슬픔이다. 그의 시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시의 바탕이 생명애이고, 모성적인 끌어안음이기 때문이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흔하디흔한 일상의 자잘한 사물들 속에서 폭풍 같은 상상력을 펼쳐 보이는 시인의 경이로운 시선에 은근한 질투가 인다. 놓쳐버린 사랑이 그리움의 뿌리를 이토록 아삭아삭하게 만들었다니! 물줄기가 지나가는 그 순간에 생의 전부를 거는 콩나물처럼 흘러내리는 봄비 속에 그리움의 뿌리를 쭉 펴본다.” 손택수 시인의 추천사다. 이원 시인의 추천 이유는 이렇다. “‘아삭아삭’과 ‘폭풍’을 나란히 놓을 수 있다는 것. 아니 가장 먼 것은 가장 닮은 것일 수 있다는 것. 김선우의 시가 가리키는 방향.”

이건청 시인은 이상국 시인의 시집 ‘뿔을 적시며’(창비)를 추천했다. 그는 “삶의 일상을 의미화하고 심화해 보여주는 언어들이 단단한 결집을 보여준다. 이것이 그의 시가 너른 공감대를 얻고 있는 이유”라고 평했다.

김요일 시인은 이건청 시인의 시집 ‘굴참나무 숲에서’(서정시학)를 추천했다. “시적 긴장을 놓지 않고 ‘사물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유지하며 현실에 대한 ‘균형과 조화’를 이끌어 내는 시인은 시력(詩歷) 45년의 노련하고 깐깐한 언어조탁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