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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에서 다섯시 사이/도종환

수로보니게 여인 2012. 7. 9. 14:54

도종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중에서
  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머지않아 겨울이 올 것이다 그때는 지구 북쪽 끝의 얼음이 녹아 가까운 바닷가 마을까지 얼음조각을 흘려보내는 날이 오리라 한다 그때도 숲은 내 저문 육신과 그림자를 내치지 않을 것을 믿는다 지난봄과 여름 내가 굴참나무와 다람쥐와 아이들과 제비꽃을 얼마나 좋아하였는지,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보낸 시간이 얼마나 험했는지 꽃과 나무들이 알고 있으므로 대지가 고요한 손을 들어 증거해 줄 것이다

 

아직도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 있……


- 도종환,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중에서(『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산벚나무 잎 한쪽이 고추잠자리보다 더 빨갛게 물들고 있다 지금 우주의 계절은 가을을 지나가고 있고, 내 인생의 시간은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에 와 있다 내 생의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는 치열하였으나 그 뒤편은 벌레 먹은 자국이 많았다

 

이미 나는 중심의 시간에서 멀어져 있지만 어두워

 
표지를 클릭하시면 자세한 도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 2011년 4분기 우수문학도서 [시]
도종환
2011년 7월 18일 발행
사랑과 연민에서 울려나오는 희망의 노래 부드러움과 강직함 속에 녹아드는 맑고 투명한 언어로 세상을 감싸안으며 전통적인 서정시의 …
 
 
 
     
   
  당신의 인생 시계는 몇 시인지요?


내 인생이 어디쯤 와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인생 시계는 지금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지요? 사람이 태어날 때를 새벽이 시작되는 새벽 5시 경으로 정해 본다면 1살에서 10살까지를 오전 5시에서 7시. 11살에서 20살까지를 7시에서 9시. 이렇게 계산해 보니 내 인생 시계는 세시를 지나 다섯시 언저리에 와 있네요. 내 인생에 겨울이 주어져 있다면 저는 곧 어두워지는 시간 앞에 있는 거지요. 그러나 만약 여름을 설계해 놓으셨다면 저는 8시까지는 일하며 살 수 있을 겁니다.  


생각해 보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어둠이 내리기 직전 아름다운 노을이 서쪽 하늘 가득 펼쳐지는 것처럼 찬란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순간 순간을 감사하고 충만하게 살고자 합니다.


설령 내 인생의 겨울이 찾아오고 내게 마지막 시간이 다가올 때도 그동안 내가 사랑했던 나무와 꽃과 아이들과 다람쥐가 우주를 향해 손을 들어 “그 사람 우리 편이었어요.” 하고 말해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내게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지금 몇 시를 지나고 있나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오전을 지나가고 있거나, 생의 가장 뜨거운 시간을 지나가고 있다면 열정을 다해 사세요. 아직도 우리에게 몇 시간의 생이 남아 있다는 건 그만큼의 희망의 시간, 기회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게 아닐까요?

 


도종환 올림

 
   
 
도종환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 국어교육과 및 동대학원 졸업. 충남대에서 「오장환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음.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 제1집에 「고두미 마을에서」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옴. 1985년 첫시집 『고두미 마을에서』 간행 이후 『접시꽃 당신』 (1986),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1988),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1989), 『당신은 누구십니까』 (1993), 『부드러운 직선』 (1998) 『슬픔의 뿌리』(2002) 간행. 1990년 제8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음. 산문집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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