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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의 장소/ 장이지

수로보니게 여인 2012. 2. 13. 20:56

 

장이지, 서정의 장소 

 

 

그것은 수구초심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껑더리된 늙은 여우가

짓무른 눈으로 가시밭길을 더듬어

난 곳을 찾아가는 것은

향수 그 이상의 마음입니다.

어미의 털이, 형제의 털이 아직 남아 있는 굴,

시르죽은 여우가 거기서 몸을 말고 누워

죽는 것은, 깨어나지 않는 것은

그곳이 태아의 잠으로 이어진 곳인 때문입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몰라서

천지간에 살아보기로 한

태아의 기억으로 가서

이제 살아보았으니까

비록 모두의 답은 아니고 만의 이야기겠지만

그 대답을 하러 가기 위해

여우는 발이 부르트게 걸었을 것입니다.

숨을 잃은 털 위로

희미한 빛과 바람의 화학이 내려앉고

그래도 잊지 못하는 마음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만나야 하는

일생의 사건사고를 향해

삼원색 프리즘의 날개를 펼 때

문득 바라본 저녁 하늘의 붉은 빛과

쉼도 없이 흐르는 검푸른 강,

초록빛 꿈을 꾸고 있는 숲.

정념과 회한과 꿈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거기 보태어져 더 아름다워지는

필생(畢生)의 마지막이 있음을

여우의 마음은 알았을 것입니다.

마지막의 마지막이 있음을.

 

 

수구초심이라는 말을 쓸 때엔 언제나 인간만 생각했지요. 이 사자성어가 생겨난 어원에 대해 문득 생각해봅니다. 짓무른 눈으로 가시밭길을 헤쳐 자기가 태어난 곳을 찾아가는 여우의 마음을. 아무리 나이 먹어도 어미와 형제의 털이 남아 뒹구는 생의 첫자리의 온기를 잊지 못하는 것이 삶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지고 세상 좋다는 것 다 누리고 살아도 우리는 결국 맨몸으로 돌아갑니다. 태어날 때처럼 맨몸으로 돌아가는 우리에겐 누구나 서정의 장소가 몸속 깊은 곳에 아로새겨져 있는 게 아닐까요.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몰라서/천지간에 살아보기로 한/태아의 기억이런 대목을 만나면 오래도록 가슴이 찌르르 합니다. 살아보니 삶이 이러합디다, 말해주고 싶어 발이 부르트도록 걷는 여우의 발자국을 생각해보는 날입니다. 발목이 시도록 열심히 살고, 그리하여 맨몸으로 돌아갈 우리여. ‘서정의 장소를 잃어버리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문학집배원 김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