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 ı ĿØЦЁ УØЧ/´˝˚³οο ı Łονё 문화

조선시대 생활사 보따리 열렸다… 민간 일기 번역 ‘스토리 테마파크’ 사이트 개설

수로보니게 여인 2012. 2. 4. 16:11

광해군에게는 실록에 안나오는 □ □ □ 이 있었다

 

기사입력 2012-02-04 03:00:00 기사수정 2012-02-04 14:20:33

 

답: 또 한 명의 자식

조선시대 생활사 보따리 열렸다… 민간 일기 번역 ‘스토리 테마파크’ 사이트 개설

 

 

◀조선 중기의 문신 김택룡이 쓴 ‘조성당일기’. 유일한 필사본인 이 일기에는 그가 아들의 과거를 준비하는 내용이 꼼꼼히 적혀 있다.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1592년 5월 12일. 큰비가 내렸다. 사시(巳時) 정삼각(正三刻)에 왕세자의 빈궁께서 해산을 하셨다.”


조선 중기의 문신 정탁(1526∼1605)이 임진왜란이 터지자 평양으로 피란을 간 왕세자 광해군을 모시면서 쓴 일기 ‘피란행록(避亂行錄)’의 일부다. 전쟁의 한가운데서 세자빈 유씨가 오전 10시 45분경 아기를 낳은 것이다. 그런데 선조실록에는 광해군의 첫아이가 1598년 탄생했다고 쓰여 있다. 실록이나 왕실 족보 등 그 어떤 공식 기록에도 세자빈이 1592년에 아기를 낳았다는 기록은 없다. 전쟁 통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상상은 이야기를 짓는 사람의 몫이다.

과거 응시자는 □ □ □을 빌리는 풍습이 있었다… 답: 합격자가 썼던 붓

1617년 6월 25일. 안동 출신으로 퇴계 이황의 제자였던 문신 김택룡(1547∼1627)은 아들 김각이 과거시험을 보러 떠나기 전날 퍽 분주했다. 아들이 시험 때 쓸 붓을 빌리기 위해 퇴계 이황의 손자인 문신 이영도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 과거시험 답안을 쓰는 종이인 명지(名紙)를 나라에서 정한 규격에 맞춰 정성껏 마름질했다. 시험 보는 사람과 조상의 신분을 적어 넣은 녹명단자(錄名單子)를 만들고 이튿날 아들이 떠나기 전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도록 제수 준비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며칠 뒤 날아온 것은 아들의 불합격 소식이었다.

  

◀소과 합격자인 생원·진사에게 주던 합격증서인 백패. 스토리 테마파크 제공

 

김택룡은 이 모든 내용을 일기로 남겼다. 오늘날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학부모 못지않은 지극정성이다. 그를 통해 과거시험 때는 수험자가 직접 시험지를 준비해야 했고 이전에 과거시험에 합격했던 사람이 시험 볼 때 썼던 이른바 ‘운 좋은 붓’을 빌리는 풍속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기를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김병일)은 소설 드라마 영화 등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선시대 일기를 번역한 웹사이트 ‘스토리 테마파크’(http://story.ugyo.net)를 개설했다. 집집마다 전해 내려오던 먼지 쌓인 옛 일기들을 수집하고 이야기로 쉽게 풀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고, 일기의 배경설명과 용어설명, 사진과 도표, 당시 건축물과 복식 등을 보여주는 멀티미디어 자료도 더했다. 이 민간 일기들은 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등 국가의 공식적인 기록과 달리 민간인들의 일상과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그들의 여과 없는 생활사를 보여준다.
1599년 10월 25일 사신단의 한 사람으로 명나라에 간 조익은 명나라 황제에게 표문(表文)을 올리는 예식을 엄숙히 거행한 뒤 외교 사신 접대 만찬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음식을 상 위에 채 놓기도 전에 식당의 하인들이 난입해 음식들을 훔쳐 달아나버렸다. 이 황당한 사건은 명나라 말기 조정의 기강이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평생도(사람이 나서 죽을 때까지 겪는 여러 일을 이어서 그린 그림)’ 중 소과 응시 장면을 그린 그림. 오늘날의 시험장과 달리 끼리끼리 모여 앉아 한가롭게 일산을 받치고 있다. 당시 과거장에 서는 부정행위가 흔했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난장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밖에 도망간 노비 때문에 힘들어 하는 양반의 심정, 살인사건으로 번진 말 도둑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스토리 테마파크에 실렸다.

이상호 국학진흥원 디지털국학실장은 “민간 역사에는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의 소재가 될 만한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며 “한문을 해석하기 어렵고 전통을 이해하지 못해 옛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장벽을 없애고 작가들의 창작 의지를 북돋우는 것이 개설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스토리 테마파크에는 현재 600여 개의 이야기 소재가 올라와 있으며 앞으로 1만여 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국학진흥원은 7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작가와 문화콘텐츠 전문가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시대 일기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안을 알리는 보고 및 시연회를 연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blog_icon

re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