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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간의 흐름과 동화의 상태를 사랑으로 인식하는 시

수로보니게 여인 2006. 12. 31. 12:04

시간의 흐름과 동화의 상태를 사랑으로 인식하는 시
강사/나호열


뻐꾸기 소리

장석남

창호지에 우러나는 저 복숭아 꽃빛같이
아무 생각 없이
창호지에 우러나는 저 복숭아 꽃빛만 같이

사랑도 꼭 그만큼에서
그 빛깔만 같이

이 시는 매우 간략한 형태인데 읽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우리가 공부한 동일성이라든지 인접성이라든지 하는 독법으로 뻐꾸기 소리와
복숭아 꽃빛을 대치시키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다릅니다.
자, 이 시는 어떻게 감상해야 할까요?
분명히 이 시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사랑은 어떤 사랑이냐? 이 시는 공간적으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뻐꾸기 소리: 어느 한 지점으로부터 내가 그 소리를 듣게 되는 이 지점까지의 거리, 그 속에 가득 차는 뻐꾸기 소리 (뻐꾸기는 보이지 않는다) → 창호지에 → 우러나는 복숭아 꽃빛 = 뻐꾸기 소리

어느 봄날 뻐꾸기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 옵니다.
뻐꾸기가 왜 우는 지 나는 모릅니다.
뻐꾸기는 보이지 않고 뻐꾸기 소리만 기쁘게, 슬프게 들려 옵니다.
나는 방안에 앉아 그 소리를 듣습니다.
창호지에 복숭아 꽃빛이 환한 그런 화창한 날입니다.
뻐꾸기 소리가 복숭아 꽃빛으로 창호지에 물듭니다.
사랑은 멀리 있습니다.
몸(뻐꾸기)은 멀리 있으면서도 감정(소리)은 바로 내 마음(창호지)을 물들입니다.
복숭아 꽃빛은 창호지에 물들고 사랑은 결코 몸 부딪치지 않아도 충만한 것입니다.
오히려 그 거리감으로 인해 더욱 간절해지고 애틋해 집니다.
그리워지는 것입니다.

이 시의 키 포인트는 바로 뻐꾸기 울음소리(파동)가 복숭아 꽃빛(빛깔)로 변화하는
그 시간의 흐름과 동화의 상태를 사랑으로 인식하는데 있습니다.

위와 같은 해석은 물론 저의 자의적인 해석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이 시를 읽으시겠습니까?
이 시는 뻐꾸기가 울음우는 사실로부터, 복숭아꽃이 피는 사실로부터 빚어지는
상상의 세계를 상징화하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뻐꾸기 소리는 복숭아 꽃빛이다' 라는 상상력!

시를 쓰고 시를 읽는 재미는 시인의 궤적을 좇아서 그 흔적을 탐색하고
그 끝트머리에서 시인과 만나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저의 졸작을 감상해봅시다.

불꽃 /나호열

타오르는 불꽃 속에는
두 사람이 있다

하나가 되기 위하여
가슴을 맞대어도
더욱 활활 타올라도

우리는 서로를 밝히지 못한다
한숨이 되어
뿜어 나오는 향기
그 몸짓만이 남아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자
더도 가지 말고 이 자리에서
풀썩거리는 한줌의 재

불꽃 속에는
타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몇 년 전 일입니다.
서울 근교에 화가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었는데 그 카페에서 그림 한 점을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상체를 벗은 젊은 두 남녀가 서로를 부둥켜 안은 그림이었는데
얼싸안은 두 사람의 힘찬 근육의 움직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그림을 보며 차 한잔을 마시면서 그 부둥켜 안은 그 모습에서 문득 불꽃을 연상하게 되었습니다.
타오르는 모습이지요

타오르는 불꽃 속에는
두 사람이 있다.

- 모닥불이든, 촛불이든 타오르는 불꽃은 스스로 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

하나가 되기 위하여
가슴을 맞대어도
더욱 활활 타올라도

-사랑은 하나가 되는 행위입니다. 정신과 육체의 합일을 희구하면 할수록 우리는 모순에 빠집니다.

우리는 서로를 밝히지 못한다
한숨이 되어
뿜어나오는 향기
그 몸짓만이 남아

- 서로를 위하여, 헌신하기 위하여 갈구하는 것인데, 때로는 그 사랑이 정신과 육체를 소모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자
더도 가지 말고 이 자리에서
풀썩거리는 한 줌의 재

- 그러므로 진정한 사랑이란 바로 이 자리에서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다

불꽃 속에는
타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는 두 사람이 있다 → 불꽃 속에는 타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로 변환되는 인식의 흐름,
즉 하나의 불꽃은 어둠을 밝히기도 하고 추위를 가시게 해주는 따사로움이기도 하지만
그러기 위해 희생되어지는 탈 것 나무와 석유, 휘발유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존재의 허무성을 드러내게 되는 것입니다.




출처 : 시간의 흐름과 동화의 상태를 사랑으로 인식하는 시
글쓴이 : 채련 원글보기
메모 :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