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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엄마(드라마 속 시녀 소화)' 삼킨 모래수렁 정체는?

수로보니게 여인 2009. 7. 7. 23:45

 

선덕여왕 '엄마(드라마 속 시녀 소화)' 삼킨 모래수렁 정체는?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7.07 03:31 / 수정 : 2009.07.07 07:47

TV드라마 ‘선덕여왕’의 화면 캡처 사진. 소화가 모래수렁 ‘유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빨려들고 있다.

사막 '마른 유사(流砂)'에 빠진 듯… 원래 유사(流砂)는
'모래+물'상태 심하면 건물도 '쑥' 빠져
유사(流砂)에 빠진 사람이 발을 초당 1㎝ 속도로 빼려면
중형차 들어올리는 힘 필요

TV드라마 '선덕여왕'이 인기를 얻고 있다. 드라마 초반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시녀 소화가 나중에 선덕여왕이 될 어린 덕만을 데리고 중국의 사막으로 도망치다가 모래수렁인 유사(流砂)에 빠지는 모습이었다. 소화는 덕만도 유사에 빠질까 봐 스스로 두 사람을 묶은 끈을 끊어버렸다. 과연 소화를 삼킨 모래수렁의 정체는 무엇일까.

가만히 있으면 몸이 떠올라

영화에선 악당이 유사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목숨을 잃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만든 다큐멘터리에서는 실제로 유사에 빠져 목숨을 잃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유사가 있는 곳은 사막이 아니라 정글이나 호숫가 또는 강이나 바닷가였다.

유사는 영어로 '퀵샌드(quicksand)'라 불린다. 우리말로 하면 '빠른 모래'인데, 모래가 빠르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원인은 물에 있다. 모래 위에 서 있으면 발이 조금 빠지긴 하지만 어느 정도 깊이에서 멈춘다. 모래알들 사이에 마찰력이 작용해 서로 흩어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에 들어가면 발이 갑자기 모래 속으로 쑥 빠진다. 모래에 물이 들어가면서 모래알들 사이의 마찰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때는 모래에 물이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물에 모래알들이 '녹아' 있는 액화(液化) 상태가 된다. 지진도 지하수 압력을 높여 근처 모래나 진흙을 액화시킨다. 이때는 건물까지 빠질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유사에서도 정신만 차리면 위험하지 않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다니엘 본(Bonn) 교수가 2005년 9월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유사에서도 몸이 뜬다. 인체의 대부분은 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인체의 밀도는 물과 같은 약 1g/㎤다. 이에 비해 유사의 밀도는 2g/㎤다. 즉 같은 부피에서 우리 몸이 더 가벼우므로 힘을 빼고 가만히 있으면 곧 떠오를 수 있다.

위험에 빠지는 것은 당황해서 팔다리를 허우적대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유사 위에 사람과 밀도가 같은 인형을 올려놓고 진동을 시켰더니 바로 유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진동 때문에 모래알 사이로 물이 들어와 모래의 점도가 낮아진다. 즉 개펄이 갑자기 물처럼 변하는 셈이니 몸이 쑥 빠지는 것이다.

일단 유사에 빠지면 팔다리를 움직이기 힘들다. 몸 주변에 모래가 쌓이면서 다시 점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본 교수는 "유사에 빠진 사람이 발을 초당 1㎝ 정도 속도로 빼내려면 중형 자동차를 들어올리는 정도의 힘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영화에서처럼 밖에 있는 사람이 손이나 막대기를 내밀어 유사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 하다간 둘 다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본 교수는 대신 팔다리를 천천히 꼬듯 움직이면 팔다리와 모래 사이에 물이 스며들어 몸을 움직이기 쉬워진다고 충고했다.

사막과 달에도 유사 가능성 제기돼

결국 유사는 물이 있어야 한다. 소화가 도망간 사막에선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오래전부터 사막에서 사람이나 낙타, 심지어 대상 전체가 모래에 빠져 사라졌다는 얘기가 있었다.

어쩌면 소화는 물이 없는 유사, 이른바 '마른 유사(dry quicksand)'에 빠졌을 수 있다. 아직 자연에서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실험실에서는 그 가능성이 확인됐다. 네덜란드 트웬데대 연구진은 지름 0.04㎜ 정도의 아주 고운 모래를 쌓아놓고 그 안에 공기를 불어넣었다.

2004년 12월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공기를 불어넣기 전엔 전체 부피의 55~60%가 모래였지만 공기가 들어가면서 모래가 41%로 줄었다. 여기에 지름 2㎝의 탁구공을 놓았더니 5㎝ 깊이로 박혔다. 공이 마른 유사에 빠져버린 것이다. 연구진은 "자연에서도 매우 가는 모래가 있는 곳에 공기가 들어가면서 마른 유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이런 유사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달에도 마른 유사가 있을지 모른다. 달 표면에도 먼지와 같은 미세한 입자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달착륙선이 유사에 빠지지 않도록 지지대 끝에 넓은 판을 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