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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꽃잎, 벌이 미끄러지지 않는 이유는

수로보니게 여인 2009. 5. 20. 13:45

 

흔들리는 꽃잎, 벌이 미끄러지지 않는 이유는

조호진 기자 superstor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5.19 03:18

돌기가 있는 금어초의 꽃잎과 돌기가 없는 변종 금어초의 꽃잎을 특수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이다. 돌기와 돌기 사이의 거리는 2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정도이다./커런트바이올로지 제공

꽃잎의 돌기가 벌의 발 붙잡아

벌이 흔들리는 꽃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비결이 밝혀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버벌리 글로버(Glover) 교수팀은 "꽃잎에 나있는 우툴두툴한 돌기가 벌의 발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고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지난 14일 발표했다. 일명 '찍찍이'라 불리는 벨크로가 접착제 없이 강한 접착력을 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꽃잎에 돌기가 있다는 사실은 1970년대부터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쓰임새가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꽃잎의 색을 두드러지게 하거나 온도를 높여 향을 더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추정했을 뿐이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제안된 이유를 배제하기 위해 향이 없는 흰색의 인공 꽃잎을 돌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각각 만들었다. 인공 꽃잎을 수평으로 누였을 때는 벌이 찾는 꽃의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꽃잎을 점차 수직에 가깝게 세울수록 돌기가 있는 쪽을 더 자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꽃잎을 수직으로 세웠을 때는 벌은 돌기가 난 꽃잎을 60% 이상 더 찾았다. 연구진은 초고속카메라로 벌의 발이 돌기에 착 달라붙어 자세를 안정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자세가 안정된 벌은 날갯짓도 멈췄다.

생화(生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꽃잎에 돌기가 있는 금어초와 그렇지 않은 변종 금어초를 대상으로 꽃잎의 각도를 점차 높여가며 벌의 선호를 확인했다. 이 경우에도 수평으로 누인 금어초에는 돌기가 별다른 차이를 일으키지 못했지만, 꽃잎을 수직에 가깝게 세우자 돌기가 난 금어초에 벌이 74%나 더 많이 방문했다.

글로버 교수는 "벌이 물에 젖거나 바람이 부는 가운데에도 중심을 잡고 꿀을 빨아들이는 데에는 이런 꽃잎의 돌기가 큰 도움을 준 것"이라면서 "벌처럼 꽃에 매달려야 하는 나비나 파리 등도 꽃잎의 돌기를 동일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벌은 꽃잎에 돋은 돌기를 발로 붙잡아 안정적으로 꿀을 빨아들이는 것으로 영국 연구진이 밝혀냈다.
    /미 농업연구소(ARS) 제공
  • 조호진 기자 superstory@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5.19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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