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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생2막!] [5] 컴퓨터 과목 19개 마친 '칠순 컴짱'

수로보니게 여인 2009. 7. 1. 21:56

 

[아름다운 인생2막!] [5] 컴퓨터 과목 19개 마친 '칠순 컴짱' "요즘도 매일 새 프로그램 공부해요"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7.01 03:10

교사 퇴직후 노인복지관 컴퓨터 강사된 최영자씨

우리 나이로 칠순인 최영자씨는 '컴박'이다. 컴퓨터 박사! 칠순의 나이에 컴퓨터에 정통했다면 대단한 일인데, 정작 자신은 "정통도 안 했고, 박사는 더더욱 아니며, 그저 유익하게 즐기고 활용할 뿐"이라고 말한다. 분명한 사실은 주위 친구들에게 '컴퓨터는 참 쉽고 재미있는 기계'란 사실을 귀가 따갑도록 홍보한다는 점이다. 이런 식이다.

"'컴'이란 놈은 참 정직하고 충직한 몸종과 같아. 잘못 건드려도 화 내지 않지. 잘못했으면 취소하면 돼. 명령만 하면 뭐든지 OK! 미국 있는 아들과 돈 한푼 안 들이고 하고 싶은 말 줄줄이 주고받을 수 있고, 늙어 친구 찾아갈 힘 없을 때 혼자 놀아도 아주 재미있고. 자! 전깃불 켜듯 전원 켜고 생쥐같이 생긴 놈을 건드려 보라고!"

그의 현재 직업은 용인시 노인복지관 컴퓨터 강사. 매주 금요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스위시(Swish) 프로그램을 강의한다.

“컴퓨터, 인생 2라운드를 위한 필수과목이죠.” 용인시 노인복지관에서 ‘스위시(Swish)’강의를 하고 있는 최영자씨. 은퇴 후 오카리나 악기도 섭렵한 그는 복지관 노인들에게 ‘덤으로’오카리나 연주법도 가르친다./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최씨의 '인생 1막'은 컴퓨터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28년을 근무한 뒤 은퇴했다. 정년 퇴직할 무렵인 1990년대 후반 처음 컴퓨터란 기계를 봤다. "젊은 교사들이 막 입문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나도 함께 배워보고 싶었는데 젊은이들 사이에 끼어들려니 민망해서 혼자 워드프로세서 연습만 했어요."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배울 기회는 은퇴 후 7년 만에 찾아왔다.

2005년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www.womenpro.or.kr)가 IT 프로그램을 온라인상에서 가르치는 'e러닝 교육' 서비스를 전국에 무료로 실시하기 시작한 것. "처음엔 반신반의했죠. 공공기관에서 하는 온라인 교육이 효과가 있을까. 그런데 'e러닝'이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답니다."

욕심 많고 호기심 많은 할머니는 2년간 멀티미디어와 관련된 과목을 19개나 이수했다. 컴퓨터 활용법, 인터넷 사용법 같은 기초부터 포토샵, 일러스트, 플래쉬, 액션스크립트, 디지털카메라까지. 물론 어려웠다. "재취업하려는 젊은 주부 수강생들 사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죠. 그들이 1시간이면 끝낼 학습을 3~4시간 붙들어야 했으니까요. 반복 연습하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리니 새벽부터 매일 5시간씩 공부했어요."

포기하고 싶은 고비가 많았지만 그럴수록 악착같이 강사들을 괴롭혔다. "하도 전화를 해대서 센터에서 악명이 높았어요. 온라인으로 공부한 뒤 현장학습을 하는데 '헬프 데스크'라 불리는 강사들이 정말 열심히 피드백해 줬죠. 뜻이 있는 곳엔 길이 있답니다." 지난해부터 용인시 노인복지관 강사로 일하게 된 것은 "'선생 버르장머리'를 못 버려서라며" 활짝 웃는다. 이른바 '노노(老老)강사'로 용인시가 고학력 노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누구를 가르친다는 개념이 아니고 내 또래들과 같은 취미를 즐기면서 행복 바이러스를 나누고 싶을 뿐이에요. 처음엔 컴퓨터가 무슨 괴물인 양 무서워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마우스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영상 시(詩)를 만들고, 자식들에게 편지와 함께 디카 사진을 전송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 있어요."

요즘도 그의 새벽 공부는 계속된다. 자고 일어나기 무섭게 프로그램마다 상위 버전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1주일에 한 번은 '신기술창업센터'에서 열리는 스위시 동호회 모임에 참석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습득한다. 사진 공부에도 흥미를 붙여 더욱 바빠졌다. 건강만 허락되면 그간 찍어온 사진들을 모아 전시도 열 작정이다.

최씨는 "남편의 배려가 없었다면 나의 '인생 2라운드'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동료 교사였던 남편은 교장으로 정년 퇴직한 뒤 아내인 최씨와 함께 용인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고, 한글학교에 나가 자원봉사를 하며 틈틈이 그림을 배운다. 자식들은 그런 노부모를 자랑스러워한다. "자기들보다 더 바쁘게, 더 재미있게 사는 부모가 싫지는 않은가 봐요. 무엇보다 최신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며 젊은이들과 호흡한다는 사실이 행복해요. 친구들은 '같이 놀러나 다니지 컴퓨터는 무슨…' 하며 혀를 차지만 저는 이보다 더 즐거울 수가 없답니다. 컴퓨터 포맷까지 직접 하는 칠순 할머니 보셨어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