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내 제자 중에는 이런 못된 놈 없다"
• 김희섭 기자 firem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9.06.02 16:54 / 수정 : 2009.06.02 17:26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관한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요새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며 화를 냈다.
김 명예교수는 지난 1일 “비리 연루된 전(前)대통령이 자살한 순간부터 성자(聖者)가 되는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 있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다. 이를 본 일부 연세대 학생들은 김 명예교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학교에 붙이기도 했다.
김 명예교수는 2일 홈페이지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교육이 잘못 됐어요’란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몇 마디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 하여 나를 “망령난 노인”이라며 욕설을 퍼부으니 동방예의지국의 꼴이 이게 뭡니까”라고 일갈했다.
그는 “나도 오랜 세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마는 내 제자 중에는 이런 못된 놈들이 없습니다”라며 일부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명예교수는 “내가 바지에 똥을 쌌습니까. 밭에다 된장을 퍼다가 거름으로 주었습니까. 이제 “겨우” 여든 둘에 망령이 났다면 이거 큰 일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시 300수를 지금도 암송하고 아직 한자도 틀리는 법이 없는데, 이게 망령난 노인이냐”고 반문했다.
김 명예교수는 “우리가 이놈들에게 조국을 맡기고 떠나야 하는데, 대통령께서 좀 잘 타이르고 깨우쳐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아래는 김 명예교수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
<교육이 잘못 됐어요>
이명박 대통령, 요새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버릇이 없습니까. 이놈들 집안에는 노인이 없습니까. 몇 마디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 하여 나를 “망령난 노인”이라며 욕설을 퍼부으니 동방예의지국의 꼴이 이게 뭡니까.
나도 오랜 세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마는 내 제자 중에는 이런 못된 놈들이 없습니다. 나를 “망령난 노인”이라?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내가 바지에 똥을 쌌습니까. 밭에다 된장을 퍼다가 거름으로 주었습니까. 이제 “겨우” 여든 둘에 망령이 났다면 이거 큰 일 아닙니까. 전국 방방곡곡에 뿐 아니라 심지어 미국에도 캐나다에도 강연 초청을 받아 쉬는 날 없이 뛰는 이 노인을 하필이면 “망령났다”고 비난합니까. 이 버릇없는 젊은 놈들에게 한번 물어봐 주세요. “김 교수는 시 300수를 지금도 암송하고 아직 한자도 틀리는 법이 없다는데, 그래도 노망이냐”고.
좌익이니 우익이니, 진보니 보수니 하는, 적어도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에서는, 터무니없는 논쟁에 휘말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이 나라의 불행한 젊은이들, 포악한 독재자와 자유 없이 헐벗고 굶주린 2,300만 동포를 북에 두고, 누가 보수고 누가 진보입니까.
김정일을 두둔하면 진보가 되고 자유민주주의를 사수하겠다고 나서면 보수·수구·반동이 되는 겁니까. 그래도 우리가 이놈들에게 조국을 맡기고 떠나야 하는데, 대통령께서 좀 잘 타이르고 깨우쳐 주세요. 부탁합니다.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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