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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사육하다/ 고성만

수로보니게 여인 2009. 1. 28. 11:50

고성만, 「슬픔을 사육하다」(낭송 고성만) 2009년 1월 26일

 
 
 
 

고성만의 「슬픔을 사육하다」를 배달하며

심청이와 바리데기는 병든 아비를 구하기 위해 제 몸을 바친 딸이나 누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지요. 설화 속의 그녀들은 지금도 “저녁 문간에 걸어둔 가녀린 등불”처럼 황량한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고성만 시인의 시들은 이 땅의 누이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와도 같아서 슬픈 누이 하나 마음속에 살뜰하게 길러 세상에 공양하고 싶어 합니다. ‘사육하다’는 말의 어감이 다소 걸리긴 하지만, 여기서 시적 화자는 더 이상 여성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남성성의 대변자가 아닙니다. 순결한 슬픔의 힘으로 그는 자기 안의 여성성을 발견해갑니다.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조용히 손을 잡는 광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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