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16강] 개요 짜기 (1) 작성자: 성공시대 관리자
지난주에 글감 찾는 연습을 했습니다. 복습부터 하죠.
거창한 주제를 찾으려 하지 말고, 평소 일상에서 글감을 찾으라고 했습니다.
민방위 교육에서 교통안전 교육 강사가 대원들에게 이렇게 물었어요.
“경사진 곳에 차를 주차하면서 사이드브레이크만 채우고 내렸다면 운전자는 무슨 잘못을 한 거죠?”
타이어 밑에 받침목을 대야... 하는 게 아니라 경사진 곳에 주차하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더 근본적인 것,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자문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난 시간에 청취자들이 올린 글을 몇 개 추렸습니다.
7612 / 인생은 신호등이다. 도로에는 규칙이 있으므로 더 편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 인간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므로 사회적 규범을 만들죠. 에티켓부터 법률까지 모든 게 글감입니다. 그런데 때로 이런 규범을 어길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지요? 빨간불에 건너야 할 때도 있고,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면 안 되지만, 뛰어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죠. 고 이수현 씨처럼요. 규범 준수는 평범한 일상입니다. 이 평범함 속에서 낯선 것을 찾아보세요.
3768 / 추석 선물의 행태는 어떤가요?
=> 선물은 좋은 글감입니다. 선물에 담긴 메시지는 더 좋은 글감이죠. 무슨 선물을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했는지 본인의 경험을 담아 쓰세요.
1144 / 제설용 모래에서 자라나는 잡초꽃은요? 물도 비료도 없이 싹틔우고 꽃을 피우고 홀씨를 날려요.
=> 잘 쓰셨습니다. 제설용 모래함 옆에 잡초가 핀다... 여기서 그치지 마세요. 어떤 잡초인지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인터넷이나 식물도감을 찾아보세요.
제가 늘 강조하죠? 구체적으로 쓰라고요. ‘어느 신문을 보니...’ 이렇게 쓰지 말고, ‘9월 18일자 조선일보에’라고 쓰는 게 더 낫습니다. 구체적으로 쓰다 보면 글감이 새끼를 칩니다.
어떤 잡초인지 식물도감을 찾아본다고 칩시다. 그러면 자기가 아는 식물이 나올 겁니다. 거기에 얽힌 에피소드도 떠오를 테고요. 정해진 글감을 갖고 글을 전개할 때는 삼천포로 빠지면 안 되지만, 글감을 찾을 때는 샛길로 자꾸 빠지는 게 오히려 좋아요.
하정숙 /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
제가 그랬지요? 자기가 쓴 글을 삐딱하게 보면서, 썩소를 날리라고. ‘그런데 어쩌자는 거니?’ 자기가 쓴 글에 트집을 잡으세요. 그래야 단단한 문장을 쓸 수 있고,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어요.
제설함 잡초꽃 얘기, 좋지 않습니까? ‘사소한 것을 관찰하면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쓰지 않고 ‘제설함 옆에 작은 채송화 하나가 피었더라.’ 이렇게 쓰니까 글의 설득력이 훨씬 높아지잖아요.
이번 시간엔 ‘개요 짜기’에 관해 배웁니다.
개요는 글의 설계도입니다. 어떻게 글을 시작하여 어떻게 마무리할지 대략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게 개요입니다. 올려주세요.
얼마 전 영화 <맘마미아>를 봤습니다.
참 유쾌한 영화죠. 전 이 영화를 보고 개요 짜기에 관한 힌트를 얻었어요.
아바는 맘마미아란 뮤지컬, 또는 영화를 만들려고 그 노래들을 쓴 게 아니죠. 그런데 맘마미아엔 제각각인 아바 노래가 한 가지 이야기 안에 녹아 있습니다. 소피의 결혼과 아빠 찾기. 맘마미아의 작가는 스토리를 짜고 아바 노래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배치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적절히 배치할 수 있을까요?
맘마미아를 보면 엄마(도나)가 딸(소피)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고 머리를 손질해주면서 이 노래를 부릅니다. ‘Slipping Through My Fingers.’ 우리말로 옮기면 ‘품안의 자식’ 정도 됩니다. 계속 품으려 해도, 더 가까이 두려고 해도 자꾸만 내 두 팔 안에서 빠져나가는 딸... 그 딸에 대한 사랑이 잘 담겨있는 노래입니다. 딸 키우는 엄마의 심정을 잘 표현하죠. 그러면 이렇게 개요를 짜면 됩니다.
1. 영화 <맘마미아> 중 도나의 노래를 들었다.
2. 딸 키우는 엄마의 심정에 공감했다.
3. 나도 비슷한 걸 경험했다.
개요 짜기에 적용할 수 있는 오늘의 격언 한 마디!
서로 관련 없는 글감은 하나도 없다.
무슨 뜻이냐고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가수를 한 명 고르세요.
데뷔곡부터 시작해서 가장 나중에 발표한 노래까지 쭉 나열하세요.
그 중 몇 개를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세요.
자신의 경험과 관련지어서요.
억지로 꿰맞추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야기가 만들어질 겁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노래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관객들이 공감하는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그렇죠.
추석 연휴 기간에 KBS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을 봤어요.
이번에는 택배 기사의 업무 3일을 다뤘습니다.
택배 기사는 하루 150개~170개 정도 택배를 처리하는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배송 전에 미리 짐을 치밀하게 '짠다‘고 합니다. ’짐을 짠다‘는 건 택배업계 용어인 것 같습니다. 재밌더군요. 글감을 찾았기에 메모해 두었습니다.
제목도 정했죠. ‘짐을 짜다.’
개요를 ‘짜’ 볼까요?
1. 택배기사의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2. 택배기사들은 트럭에 짐을 효율적으로 싣는 일을 짐을 짠다고 말하더라.
3. 그런데 때로는 미리 짠 계획이 어그러지는 경우가 있다.
4. 인생도 그런 것 아니겠나.
택배기사에게는 짐을 배달하는 것보다 짐을 잘 '짜는' 일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꺼내야 할 짐을 트럭 안쪽에 디밀어 놓고 먼저 꺼내야 할 짐을 바깥쪽에 배치해야 합니다. 택배 기사는 지도를 펴고 오늘 하루의 동선을 계획합니다. 최단 거리만 움직여서 짐을 최단 시간에 배송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어떤 택배기사는, 왜 지금 안 오나며 앵앵거리는 고객을 내치지 못하고 동선을 바꿉니다. 출반 전에 짰던 짐 동선이 어긋나죠. 미리 짜 두었던 짐 배열도 어그러집니다. 저 속에 있는 짐을 밖으로 꺼내려면 모든 짐을 꺼내야 하죠. 애초 짠 대로 딱 떨어지는 날보다는, 그렇지 않은 날이 훨씬 많지 않겠어요? 어쩌겠어요. 그런 게 인생인 것을.
다음 주에 할 내용은 개요 짜기 2탄입니다.(끝). 이강룡. http://readm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