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 일반인보다 더 도전의식 가져야"
양팔 없이 대학졸업후 IT회사 취직한 김영태씨 '장애인=특수학교' 통념 싫어 일반학교 다녀 "내 손 되어준 친구와 날 받아준 회사에 감사"
양팔이 없는 1급 지체장애 청년이 4년간의 대학과정을 마치고 졸업장을 땄다. 지난 22일 인하대학교 후기 졸업식에서 총장 특별상을 받은 김영태(23·컴퓨터정보공학 전공·사진)씨다. 평균 학점이 3.6점(4.5점 만점)으로 좋은 편인 김씨는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여의도의 IT회사에 취직해 컴퓨터 프로그램 관련 일을 하다.
김씨는 여섯 살 때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변압기를 멋모르고 만졌다가 감전사고를 당해 양팔을 잃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똑같이 생활하려고 노력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러 학교를 찾아갔더니 교장선생님이 특수학교를 권하더군요. 장애인은 으레 특수학교에 가야 한다는 통념 자체가 싫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초·중·고교 모두 일반학교를 다녔습니다."
김씨는 책상 위에 발가락을 올려놓고 글씨를 쓰거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수업내용을 기록했다. 초·중·고 12년간 아버지가 보통 책상보다 낮은 높이로 만들어 준 책상을 학교에 갖다 놓고 이용했다. 발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1분에 450타 정도 칠 정도로 능수능란해 수업에 큰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이미 아홉 살 때부터 컴퓨터에 빠지기 시작해 중학교 때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을 딴 것을 비롯해 정보기기운용능력 및 컴퓨터활용능력 1급 등 10여개의 자격증을 획득했다.
▲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대학 입학 후 1학년 교양과정 때는 수업내용을 기록하지 못하고 그냥 듣기만해야 했다. 책상이 일반인용뿐이라 너무 높아 발가락을 이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공과정에 올라가서는 학교 측에서 높이가 낮은 책상 7개를 만들어 강의실에 1개씩 배치해 줬다. 다른 학과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을 옮겨갈 때는 단짝 친구인 최홍준(23)씨가 책상도 옮겨 주었고 때론 학과사무실에 연락해 도움을 받았다. 김씨는 "홍준이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 밥 먹을 때나 옷 갈아입을 때, 화장실 갈 때 늘 나의 손이 돼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양쪽 귀에 귀고리를 할 정도로 신세대 청년인 김씨는 일반인들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이 가장 싫다고 했다. 대학졸업 후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낼 때도 처음에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가 서류심사 통과 뒤 면접 통보를 받았을 때 사정을 얘기했다고 한다.
"일반인과 똑같이 지원해 입사했습니다. 회사 문을 두드린 지 두 번째 만에 직장을 잡았으니 운이 좋은 편입니다."
김씨는 근무 중인 회사가 열린 마음으로 자신을 채용해줘 고맙다면서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돼 식사 때와 화장실 갈 때 동행해주는 동료들 도움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씨는 장애인들도 스스로 편견이나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일반인보다 더 도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남들이 나 대신 불편이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개발한다면 성취감이 일반인들보다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입력 : 2008.08.27 03:17 인천=이두 기자 dlee@chosun.com
나는 이 짧은 기사를 일본의 ‘오토다케’의 긴 글 ‘오체불만족’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읽었다.
왜냐하면 우리사회는 아직 ‘열린사회, 열린 마음이 곳곳에 편만해져 있지 않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에 충돌한 글이기 때문이다.
김영태그의 오토다케도 울고 갈() 투지와, 그의 장애를 장애로 보지 않고 일반인()처럼 교육환경을 마련해주신 그의 아버지와, 또 그의 손과 발이 되어준 그의 친구 홍준씨는 17일간의 대장정 속에서 온갖 투혼을 불살랐던 우리 올림픽 선수들의 대열에서, 함께 국민의 지지와 갈채를 받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장애인들, 일반인보다 더 도전의식 가져야”한다는 그의 외침이 절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이들에게 희망의 노래로 들려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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