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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자제(財閥子弟)
문벌(門閥), 군벌(軍閥), 족벌(族閥), 파벌(派閥), 학벌(學閥) 등등이 있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이러한 잡다한 '벌(閥)'보다는 재물이 많은 재벌(財閥)이 사람들의 입에 가장 오르내린다. 벌(閥)의 대표는 재벌이 되어 버렸다. '집군벌이재벌'(集群閥而財閥:여러 개의 벌이 전부 모여 재벌이 되었다)이라고나 할까! 도대체 벌(閥)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원래 뜻은 대문 앞에 세워 놓은 기둥을 가리킨 것이라고 나온다. 벌(閥)자는 '문(門)'과 '벌(伐)'이 조합된 글자 아닌가. 즉 대문 앞에다가 '공격하다', '친다'는 의미의 벌(伐)이 놓여 있는 형상이다.
그렇다면 공격한다는 의미의 벌(伐)은 원래 어떤 뜻인가? 사람(人)을 창(戈)으로 벤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쟁터에 나가서 창으로 적을 공격하여 큰 공을 세운 것이다. 이를 종합하여 보면 '벌(閥)'자는 원래 전쟁터에 나가서 피를 뿌리며 큰 공을 세운 집안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무공훈장(武功勳章)을 받은 집인 것이다. 전쟁터에 나가서 목숨을 바친 사람의 대문 앞에는 왕이 특별한 기둥을 세워주면서 그 공적을 기념하였던 셈이다. 전쟁의 승리야말로 고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사건이었다. 그러므로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공을 세운 집 앞을 지나가던 행인들은 대문 앞에 세워둔 무공 기둥을 보면서 그 집안을 알아보고 대접하였던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벌(閥)자는 다양한 글자와 조립되면서, 그 원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학벌(學閥)이 그런 경우이다. 자식들이 좋은 학교에 많이 들어가면 '학벌'이 좋다고 한다. 피의 대가인 무(武)에서 시작된 벌이 먹물의 대가인 문(文)과 조합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돈에 붙게 되어 재벌(財閥)이 된 것이다. '재벌'을 번역하면 '돈이 많아서 크게 자랑할 만한 집안'이 된다. 재벌 자제들이 주가를 조작해서 개미투자자들의 돈을 뽑아낸 사건이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자제들 집 대문 앞에는 벌(閥)자의 원래 의미와 부합이 되도록 어떤 '훈장'을 붙여야 하는가?
2008.08.13 22:16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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