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조용헌 살롱

삼복민어(三伏民魚)

수로보니게 여인 2008. 7. 17. 13:20

 

 

                                                                                          

삼복민어(三伏民魚) 


"가을바람이 일어나니 순채 나물과 농어회가 생각난다." 진나라 때 장한(張翰)이란 인물은 어렸을 때 먹었던 고향의 순채 나물과 농어회가 먹고 싶어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한 말이다. 장한은 인생이 무엇인지를 미리 간파했던 사람 같다. 나는 이 말을 좋아했다. 그래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맛 좋다는 식당을 찾아 수백 리 여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가을바람이 불기 전인 삼복더위에 별미를 찾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겹고 힘든 더위에 생존 의욕을 유지시키는 방법은 식도락(食道樂)이다.

가을에는 선선하니까 잘못 먹어도 상관없지만, 삼복더위에 마지막 남은 먹는 욕망까지 잃어버리면 세상 살맛 떨어진다. 삼복에 잘 먹어야 한다. 더구나 요즘은 온난화로 인하여 더위가 삼복(三伏)에서 오복(五伏)으로 기간이 대폭 연장되었다. 이복(二伏)이 추가된 것이다. 세상 살기가 점점 고약해진다. 옛날 어른들은 더위에 민어(民魚)를 먹었다. '삼복 더위에 양반은 민어를 먹고 상놈은 보신탕을 먹는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민어는 여름에 먹는 고급음식이었다.

다른 생선은 여름에 날로 먹기가 부담스럽지만, 민어는 유일하게 여름에도 회를 떠서 먹었다. 바로 잡은 날것보다도 냉장고에 하루나 이틀 정도 보관해야만 더 맛이 있다. 하루 이틀 정도 냉장 상태를 거친 후에 더욱 맛이 숙성되는 것이다. 육질이 부드러워진다는 말이다. 민어는 칼로 고기를 썰 때에도 요령이 있다. 고기 결을 따라서 썰어야 더 맛이 있다. 너무 얇게 썰어도 맛이 없다. 적당히 두껍게 썰어야 씹는 맛이 있다. 민어는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다. 민어껍질, 지느러미, 부레도 모두 소금에 찍어 먹는다. 특히 내장을 넣고 끓인 '민어탕'은 대단하다.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난다. 홍어애탕과 더불어 민어탕은 '탕중왕'(湯中王)이다. 나는 민어탕을 먹을 때마다 '아무리 인생이 힘들더라도 죽지 말자'고 다짐한다. 죽으면 이 맛을 즐기지 못할 것 아닌가! 엊그제에도 민어회로 유명한 목포의 '영란횟집'까지 기차로 달려갔다. 이 집의 불그스름한 백열등 조명 아래서 민어탕을 먹고 나니 더위도 견딜 만하다.

 

       입력 : 2008.07.16 22:23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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