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조용헌 살롱

소설가의 영광

수로보니게 여인 2008. 5. 10. 16:57

 

 

   

   

소설가의 영광


제자백가(諸子百家)에도 급수가 있었다. 유가(儒家), 법가(法家), 도가(道家)가 백가(百家) 중에서도 윗길에 있었다고 한다면, 그 아래쪽에는 명가(名家), 종횡가(縱橫家), 음양가(陰陽家)가 있었고, 맨 뒤쪽에 소설가(小說家)가 있었다. 소설가는 제자백가의 맨 말석에 겨우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있었던 집안(家)이었다. 거리에서 좌판 깔고 있다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조그마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면서 먹고 살았던 소설가. 하지만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속담처럼 말석에서 비실비실 앉아 있던 소설가는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제자백가시대 이후로 2000년 동안이나 지하로 잠류(潛流)해서 오다가 20세기에 들어와 땅 위로 화려하게 솟아올랐다. 뭐니 뭐니 해도 오늘날 소설가는 우리 사회에서 대접받는 직업에 속한다. 유명 작가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생사당(生祠堂)까지 지어주는 상황이다. 옛날에는 아무리 업적이 있었어도 죽은 뒤에 사당을 세웠지만 요즘에는 살아생전에 주변에서 기념관을 지어준다. 살아생전에 지어주는 생사당은 대단한 영광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문열도 고향 석보에 기념관이 있고, '태백산맥'의 조정래도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박경리의 '토지'를 기념하기 위한 원주의 '토지문화관'과 '토지문학공원'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총리를 해도 기념관이 없고, 장관을 해도 기념관은커녕 곧바로 잊혀져버리는 상황에 비교해 보면 소설가는 특출 난 직업이다.

그 대접의 밑바탕에는 조선사회가 지녔던 문(文)에 대한 존경이 깔려 있다. 과거에는 대제학(大提學)이 문형(文衡)을 쥐고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소설가가 문형을 잡고 있는 위치가 되었다. '삼정승이 대제학 한 명만 못하다'(三政丞不如一大提學)고 했다면 이제는 '열 장관이 소설가 한 명만 못하다'(十長官不如一小說家)고 해도 크게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형(衡)은 저울대를 뜻한다. 문형(文衡)이란 '문화의 저울대' 내지는 '지성의 저울대'란 뜻 아닌가. 고시 합격하고 정치권력을 잡고, 돈 많이 벌었다고 해도 아무나 문형을 쥐는 것은 아니다. 박경리 선생이 돌아가신 것은 우리 사회의 저울대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2008.05.07 22:13 조용헌 goat13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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