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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쓰러지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수로보니게 여인 2008. 3. 6.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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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쓰러지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작년 마지막 날 종합격투기 '야렌노카' 대회가 열린 일본 사이타마 수퍼 아레나. 태극기와 일장기가 붙여진 유도복을 입은 선수가 등장하자 2만5000여 명의 일본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태어나 살아왔고 7년 전 일본으로 귀화한 '아키야마 요시히로'였지만 일본인은 그를 '반쪽 일본인' 추성훈으로 몰아쳤다.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 일본 국적을 가지게 된 제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중략)

추성훈이 처음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된 때는 1998년이었다. 1974년 재일교포 유도대표로 전국체전에서 우승했던 아버지 추계이(58)씨 영향으로 세 살 때부터 유도를 배운 추성훈은 중·고교 대학시절 일본 전국대회에서 이름을 날렸다. 대학을 졸업한 그에게 일본실업팀의 고액 스카우트 제의가 잇따랐지만 그는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부산시청 유도팀에 입단했다.

"제일교포로 한국 국적이었기 때문에 일본 대표 선발전에는 못 나갔습니다. 국가대표가 돼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한국에 왔던 겁니다." 그런 그에게 심심치 않게 '애국(愛國)'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추성훈은 2년7개월 만에 '태극마크' 도전을 거두고 2001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다. "'반쪽 한국인'이라고 불이익을 당한다"는 게 이유였다.(중략)

그 후 잠시 잊혀졌던 추성훈은 1년 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태극기 대신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나타났다. 유도 인생의 국가대표 꿈을 이루기 위해 일본인으로 귀화했던 것. 그가 81kg급 결승에서 한국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을 땄을 때 한국 여론은 그를 '추성훈'이 아닌 '아키야마'로 내몰았다.

"그때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런 건 아닌데…. '저는 원래 한국 사람이니까 국적에 관계없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는데…." (이하생략)

 

             - "한국도 일본도 차별… 그냥 편히 살 수 있었으면"(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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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땅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나라의 국적을 가진 국민으로서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베풀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국적은 이제 일본입니다. 그리고 일본 유도 대표선수로 2002 부산 아신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요. 하지만 그는 가운데 걸린 일장기를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일본인이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왼쪽에 걸린 태극기를 바라볼 수도 없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차별과 설움 속에서도 4대에 걸쳐 100년동안 간직해왔던 한국 국적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그가 조국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조국이 그를 버렸다는 사실을. 그가 그토록 원했던 것은 일본 국가대표가 아니라 한국 국가대표였다는 사실을. 그가 진심으로 금메달을 바치고 싶어했던 조국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늦게 알았습니다.

이제라도 알게되어 다행이었습니다. 그가 왜 한국인으로 살지 못하고 일본인으로도 살 수 없는지를 이제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위해 땀 흘리던 바로 그 장소를 일본 국가대표로 찾아야 했던 그의 기막힌 사연을 이제라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국적이야 어떻든 그는 언제까지나 일본의 '아키야마'가 아니라 한국의 '추성훈'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현해탄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이제는 양쪽에서 격려와 박수를 받는 진정한 챔피언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중요한 것은 쓰러지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다시 일어나느냐 아니냐다"

                                                    

                                                               - 빈스 롬바르디 -

- 와플에세이 편집장 -

 

  • 한국에서는 '추성훈', 일본에서는 '아키야마 요시히로'로 불리는 종합격투기 선수 추성훈. 그의 꿈은 국적을 떠나 종합격투기 선수 자체로 인정받는 것입니다. 그의 각오를 들어봅니다. /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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