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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잘하는 바보들

수로보니게 여인 2008. 2. 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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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 잘하는 바보들

예전에 서울에서 오랜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사람과 점심을 먹게 되었다. “무얼 먹을까요”라고 했더니, 그는 “햄버거 빼고는 다 좋다”고 했다. 햄버거와 무슨 원수를 졌기에? 유학 초기에 영어가 서툴러 샌드위치를 주문하지 못해서 죽도록 햄버거만 먹었던 쓰라린 기억 때문이란다.

이해가 간다. 샌드위치 재료를 앞에 두고 점원이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물었을 것이다. 그러면 “흰 빵으로 그리고 안쪽에 버터를 바르고 이러저러한 햄과 야채를 넣고 겨자를 바르고….” 이런 식으로 한없이 설명해야 한다. 막 한국을 떠난 사람이 김밥이라면 모를까 샌드위치를 제대로 주문하기는 어렵다. 거기다 성질 나쁜 점원이 퉁명스럽게 “뭐라고?”라고 되묻기라도 하면 기가 죽어서 “됐어요. 그냥 햄버거 주세요” 했다는 이야기는 이 사람말고도 여러 명에게서 들었다.

결국 영어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먹었다는 이야기인데 사실은 샌드위치를 어떻게 만들어 먹는지 몰랐던 것이 더 문제였다. 수십 년 전에 평화봉사단으로 한국에 근무했던 한 외국인은 한국어를 배운 뒤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문패를 보고 이름을 부르며 대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그리하여 어느날 대문에 커다랗게 쓰인 이름을 보고 ‘개조심’씨를 정중하게 찾았다고 한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어란 이렇게 허약한 것이다. 사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아무리 유창하게 잘한다 해도 “우리가 어릴 때 ‘마징가Z’와 ‘아톰’이라는 만화를 봤는데…”라고 하면, 단어를 몰라서가 아니라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서 대화에 끼어들지 못한다.

미국에 온 초기에는 일요일 브런치 모임 같은 것이 제일 괴로웠다. 사람들은 한가할수록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그 초점 없는 대화 속에서 의미를 찾아 맞장구를 치는 것은 대학강의 듣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TV도 그렇다. 뉴스는 말이 어려워도 내용을 대강 아니까 알아듣기 쉬운 반면, 훨씬 더 쉬운 단어로 말하는 드라마나 토크쇼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생활과 문화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이하 생략)

- '강인선의 워싱턴라이프' 중에서(chosun.com)



2008년도 한달이 지나고 이제 두번째 달에 들어섰습니다. 저마다 새로운 각오로 시작한 새해였는데 한달이 지난 지금, 얼마나 성과가 있으셨나요? 때로는 진전이 있기도 하겠고 때로는 좌절도 있었을테고 또 때로는 아직 시작도 하지않은 계획도 있을 것입니다.

새해 계획을 세우며 대부분은 외국어 학습을 손가락 안에 드는 순위로 올렸으리라 생각됩니다. 국제화 시대에 살다보니 언제 써먹게 될지는 몰라도 언젠가를 위해서 미리 대비하는 마음인 것이지요. 하지만 단일민족을 자랑하는 현실에서 외국어를 익힌다한들 딱히 써먹을데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미루게 되고 소홀히하게 되고 끝내는 체념하고 말게 되는 것이지요.

조선일보 문화부 박해현 기자는 그의 컬처메일에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문단에서 종종 회자되는 '콩글리시'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전교조 출범 초기에 해직교사였던 한 시인이 외국 문인들을 만나서 '나는 해직교사'라는 말을 영어로 이렇게 했답니다. "I am a cutting teacher." '잘렸다'(cut)와 '교사'(teacher)를 묶어서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자르는 교사'처럼 들리기 쉬운, 포복절도할 콩글리시가 나왔습니다. 술자리에서 어쩌다 이 얘기가 나오면 문인들이 배꼽을 잡고 뒤집어집니다. 그들도 압니다. 웃고 있지만, 자기들 영어도 오십보백보의 수준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욱 더 해학적으로 눈물을 흘리며 웃습니다. 이건 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어콤플렉스에 주눅이 든 모든 한국인의 초상일지도 모릅니다... 2008.02.04 chosun.com>

마침 정초부터 영어때문에 온통 난리입니다. 공교육을 받으면서도 따로 영어를 배워야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나선것이지요. 하지만 서강대 영미어문학과 채서영 교수는 오히려 영어를 배우지 않을 자유를 주장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언어는 다른 교과목과는 달리 자율이 주어질 때 가장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이고, 영어만 강조하다가 세계와 다각도로 소통할 수단인 다른 외국어 습득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 영어 교육의 낮은 효율성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한국인 모두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얘기는 이 문제와는 별개의 것이다. 2008.02.02 chosun.com>

강인선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워싱턴 특파원 시절 보내온 글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그녀의 글은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었습니다.

<최근 어느 한국기업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친구에게 “요즘 젊은 사람은 다 영어를 잘하지?”라고 물었다. 그는 “‘오 마이 갓(Oh, My God)’ ‘웁스(Oops)’는 미국사람처럼 하는데 정작 그 유창한 영어로 말하는 내용은 알맹이가 없어서 실망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실력, 근성, 성실성, 지식, 이런 것이 다 갖춰졌을 때 비로소 영어가 돋보이는 것”이라면서 ‘영어 잘하는 바보’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동감이다. 나도 영어와 부대껴온 오랜 시간을 통해, 역시 형식보다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05.09.12 chosun.com>

인수위의 정책 방향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의 논란을 떠나 필요하신 분들은 조금 더 노력해서 목표를 이루시기 바라고 아직 필요를 느끼지 못하신 분들은 필요하다고 생각될때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배우는 사람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부끄러워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학습을 그만두는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 살이든 늙은 것이다.
학습을 계속하는 사람은 스무 살이든 여든 살이든 젊다. - 헨리포드 1세

 

- 와플에세이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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