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 100편-제42편]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零下) 십삼도(十三度) 영하(零下) 이십도(二十度) 지상(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 일러스트=잠산
황지우(56) 시인의 시 '손을 씻는다'를 함께 읽는다. "하루를 나갔다 오면/ 하루를 저질렀다는 생각이 든다/ 내심으로는 내키지 않는 그 자와도/ 흔쾌하게 악수를 했다/ 이 손으로/ 만져서는 안 될 것들을/ 스스럼없이 만졌다"라고 쓴 시. 한 점 오점 없이 살 수는 없다. 저질러가면서 우리는 산다. 좌충우돌하면서 난동을 부리면서.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시대가 진화해가는 것은 우리가 내부적으로 가진 자기반성과 좀 더 나아지려는 희망의 추구 같은 것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라고 중얼중얼할 줄은 아는 사람이다. 아주 숙맥이거나 속물적이지는 않아서 현재의 환멸을 볼 줄은 아는, 앙가슴이 뛰는 그런 사람. 바깥 세상이 영하인지 영상인지 구별할 줄 알아 드디어 버틸 줄도 거부할 줄도 알게 된 사람. 마침내 싹도 잎도 틔우면서 불쑥 기립하여 봄의 나무가 된 사람. 자력의 운동성을 가진, 스스로를 혁명하는 사람. 자기 몸을 쳐서 바다를 건너가는 새 같은 사람. 의지의 사람… 우리는 이런 봄나무를 기다리는 것 아닌가. 그는 1980년대의 독재와 살해와 검열에 맞선 '시의 시국사범'이었다. 한 대담에서 1980년대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 "시대가 우리를 건드렸다"고 표현했는데, 그의 시는 권력의 중증(重症)을 처절하게 해체하려한 양심이었다. 설령 그가 시 '뼈아픈 후회'에서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폐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라고 써 지나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 있지만, 이 혹독한 자기 검열의 고백이 황지우 시의 미덕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시대와의 불화와 선적(禪的)인 기개를 넘나드는 그의 시는 한국시사에서 푸릇푸릇한 '방풍(防風)의 대밭'이다. 2008.02.25 00:05 문태준·시인 I do not write because we want to;we write because we must. 나는 글을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고 쓰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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