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οοШёlСомЁοο /´˝˚³οο골방 글쓰기

글쓰기 고수되기 10/주장의 종류

수로보니게 여인 2007. 12. 24. 19:03


 

장의 종류

 

  주장에는 사실에 대한 것, 가치에 대한 것, 정책에 대한 것 등이 있다. 하나의 가치를 주장하기 위해 사실을

근거로 삼기도 하고, 하나의 정책을 주장하기 위해 사실과 보편 가치를 근거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글의 목적이 어떠

한 주장을 할 것이냐에 따라서 그 전개 양상은 달라진다.

  사실에 대한 주장은 글쓴이의 주관이 가장 배제되고 실증적 자료를 토대로 전개되어야 한다.

어떠한 사실에 대해 주장할 때에는 독자는 물론이고 때로는 글쓴이조차도 그 시살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반인이 경험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근거로 하여 추론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실에 대한 추론에서는 물리적이고 자연 현상적인 인과의 과정을 근거로 삼거나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문화적,

심리적 보편성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 

  

 학생 글 

   우리는 훈민정음을 세종대왕이 만든 기호로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집현전 학자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내 생각으

로는 훈민정음은 정치 권력을 이용하여 만든 부정적인 산물로 본다. 세종 대왕 당시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는 중화사상에 사

로잡혀 있어서 중국것이 최고이고, 중국 것을 본받고 싶어 했다고 한다. 창제 당시의 훈민정음을 보면, 중국에서나 있는 억양

을 넣어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말에 없는 억양을 표시한 것은 훈민정음의 창제 동기를 의심케 한다. 

                                                     

  위의 글은 훈민정음 창제 배경에 대한 것으로 과거의 주장에 대한 사실을 담은 것이다.

글쓴이의 독창적인 관점을 담고는 있으나 사실에 대한 비약과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다.

  우선, 세종의 독자적인 문자 체계의 창제는 중화 사상에 젖어있었기 때문이라는 모순된 인과 관계를 설명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또, 훈민정음의 방점은 우리말 성조를 표시하기 위해 찍은 것이지 중국 음을 표현하기 위해 찍은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료로는 논리적 근거로 삼을 수 없으며, 그에 대한 주장도 독자들이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음을 보자.

  1993년 기상청 전신인 국립중앙 관상대가 발표한 소식은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지방 측우소와

관상대가 남쪽에서부터 기록해 온 개나리, 진달래꽃 처음 핀 날, 제비를 처음 본 날, 종다리, 뻐꾸기 울음소리 처음 들

은 날 등을 더 이상 기록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보고 듣기도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기록조차 별반 의미를  찾아

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미 많은 새들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경기도 광릉까지 산을 넘어 걸어가서 크낙새를 보았던 기억도

새로운데, 이제는 크낙새가 잠자리로 삼았던 고목마저 다 삭아 그 자리에 없다. 지난 수십 년간 사람의 발길이 뜸한

산골을 찾아 헤매도 크낙새는 다시볼 수 없다. 과거 친숙했던 따오기, 저어새, 뜸부기 같은 많은 새들이 무관심속에 사

라져 가고 있다.

  남은 새들도 이제는 어딘가를 찾아가야만 겨우 만날 수 있다. 새가 있는 곳이라면 비무장 지대, 천수만, 낙동강, 제

주도, 흑산도, 울릉도, 독도와 그 밖의 무인도까지 학생들과 함께 찾아다니지만, 학생들은 200종을 채 만나기 전에 졸업

을 맞는다. 한국에 서식하는 것으로 기록된 새 400여 종 가운데 200여 종은 점차 사라져가는 새들이란 얘기다.

이들이 언젠가는 멸종 위기 종이 되고 복원의 대상이 될 것이다.

 

                               김수일, [종다리 제비 언제 봤더라], <자연과 삶>, 동아일보 2003년 6월 20일자.

 

 

  위의 글은 우리 주변의 새들이 멸종되어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사실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기상청의 자료

와 사람들의 경험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이 글에서는 앞의 글과는 달리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가치를 주장한다 함은 대부분의 경우, 주장하는 가치가 사회에서 낮게 평가되어 있거나 반대의 여론도 비등

하게 많은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쓴이가 주장하는 바는 일반사람들에게 무관심한 대상이 되거나 반대 의견에

딪히게 되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에 대한 주장은 객관적 사실과 그 가치 주장이 근거가 될 수 있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대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호주제' 에 대하여  대가족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찬성할 수도 있고, 여성을 가

부장적 사회에서 종속적인 위치에 놓이게 하고 법적 지위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반대할 수 있다. 전자의 주장

을 하려면 가족이라는 사회 기초 집단으로서의 인류 보편적인 가치 체계를 전제로 할 수 있으며, 후자의 주장을 하려면 모

든 사람이 성의 구별 없이 법적 . 사회적으로 평등해야 한다는 전제를 제시할 수 있다.

  이렇듯 특정한 사안에 대한 가치가 서로 대립적인 입장에 놓일 때에는 비록 반대하는 사람이더라도  인정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제시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가 주장하는 가치를 마치 그 가치를 옹호하는 집단 내의 사람들처럼 모

든 사람들이 그러한 가치를 중시한다는 듯이 논의를 이끌어 가면 읽는이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께게 할 뿐이다.

  또한, 정책에 대한 주장은 정책 결정을 위한 주요 가치와 목적, 효과를 담아야 하며, 무엇보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새만금 간척 사업' 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의 주장을 펴려면, 국민 행복의 조건으로서

국토 개발이 우선인지, 환경 보전이 우선인지에 대한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설득해야 하며, 개발 또는 보존에 따른 효과를

거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또, 정책 결정에 따른 파급 현상은 복합적이어서 그에 대한

주장도 이익과 손해를 종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오충연 ㅣ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