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나무와 그림자
입력 : 2015.05.02 03:00
나무와 그림자
나무와 나무그림자
나무는 그림자를 굽어보고
그림자는 나무를 올려다본다
밤이 되어도
비가 와도
그림자 거기 있다
나무는 안다
―김남조(1927~ )
신록이 점차 짙어지고 커가는 계절이다. 나무도 자라는 때이다. 나무가 자라므로 나무 그림자도 자라는 때이다. 나무가 한 그루 수직으로 높이 서 있고, 그 옆에 나무 그림자는 수평으로 누워 있다. 나무는 허리를 굽혀 아래에 있는 나무 그림자를 내려다보고, 나무 그림자는 막힘 없이 시원스레 서 있는 나무를 올려다본다. 이 둘은 낮이나 밤이나 서로를 응시한다. 함께 있고, 늘 거기에 있음을 안다. 응시하면서 몸을 가만히 기댄다. 화목을 위해 뜻을 맞춘다. 이 둘은 서로에게 '다른 더 하나의 자기'가 아닐까.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도 나무와 나무 그림자처럼 이러하지 않을까. 우리는 마주보고 놓여 있다. 이쪽과 저쪽에서 이름을 부르며 공생한다. 우리는 서로를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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